미국, 인도 제재 풀기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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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미국은 1998년 인도가 핵실험을 실시한 이후 가해왔던 경제.군사 제재 조치를 다음달에 풀기로 했다고 뉴욕 타임스가 지난 24일 보도했다.

부시 행정부 출범 이후 양국 관계가 급진전하며 제재 해제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있어왔으나 구체적인 일정이 확인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뉴욕 타임스는 행정부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다음달에 의회에서 제재 해제안을 의결할 것이라고 전했다. 다음달 하순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비하리 바지파이 인도 총리와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정상회담에 앞서 양국 관계의 걸림돌을 제거하기 위한 수순이라는 것이다.

이 신문은 미 상원 외교위원회의 조셉 바이든 위원장이 부시 대통령에게 최근 제재 해제 방침을 지지한다는 서한을 보내는 등 민주당 의원들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어 의회에서 가결되는 것은 기정사실이라고 보도했다.

인도의 핵실험 직후 제재에 앞장섰던 미국이 핵에 대한 인도의 입장변화가 없는 상태에서 화해의 몸짓을 보이고 있는 것은 "인도의 핵무기 보유를 인정한다" 는 전제가 깔린 것이라고 이 신문은 해석했다.

부시 행정부가 인도와 밀착하는 것에 대해 군사 전문가들은 미국이 남아시아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전략을 펴는 것으로 보고 있다.

냉전 시절 소련과 가까웠던 인도를 끌어들여 새로운 전략적 균형을 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인도도 미국의 힘을 얻어 중국과 파키스탄을 압박한다는 의도에서 적극적으로 미국과의 관계 개선에 나서고 있다. 인도는 이미 미국의 미사일방어(MD)체제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경제적으로 봐서도 미국은 인도에 무기를 파는 한편 인구가 10억이 넘는 인도 시장을 개방케 하는 효과가 있다.

미국은 제재 완화 조건으로 인도에 세계무역기구(WTO)와의 대화 재개를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 미국의 주요 대(對)인도 경제.군사 제재=▶무기 판매 금지▶군사교류 중단▶차관.원조 중단▶국제금융기구 융자제공 반대▶미국 은행 대출 규제

이상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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