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대 생보자 352명 적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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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서울 송파구에 사는 朴모(50)씨는 지난해 10월 시행한 국민기초생활보장제에 따라 수급자(옛 생활보호대상자)로 선정돼 10개월간 총 2백2만원의 생계비를 받았다. 하지만 朴씨는 금융조회 결과 은행에 3억9천여만원을 예금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朴씨는 "병을 앓고 있어 진료비 등이 걱정돼 (재산보유 사실을 숨기고)생활보호를 신청했다" 고 말했다.

보건복지부가 최근 전체 생보자 1백51만명 본인과 부양의무자 가운데 1백여만명의 예금.주식 등 금융재산 을 전산 조회한 결과 3천만원 이상인 사람이 3천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돼 생보자 선정에 허점을 드러냈다.

이중 5천만원 이상인 사람은 1천3백여명이었으며 1억원 이상도 3백52명에 달했다. 최고액은 11억원이었다.

생활보호대상자 선정 기준(4인가족 기준)은 재산(동산.부동산 합계) 3천4백만원에 월소득 96만원이다.

금융재산이 3천만원 미만인 사람 중에도 부동산이 있는 사람이 많아 전체 부적격자 규모는 훨씬 클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복지부는 이번에 확인된 금융재산 3천만원 이상인 사람들이 차명 여부 등을 분명히 입증하지 못할 경우 생보자 자격을 박탈하는 한편, 그동안 지급한 생계비를 강제 환수하기로 했다. 또 매월 1백만원 이상 연금을 받아온 6백여명도 생계비를 환수한다. 이처럼 생계비를 대거 강제환수하기는 사상 처음이다.

금융재산이 3천만원 이하인 경우도 금융재산을 합친 재산이 기준을 초과하면 자격을 박탈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금융자산의 연간 이자를 소득으로 환산해 그 금액만큼 생계비 지급액을 줄일 방침이다.

이번에 적발된 생보자의 상당수는 타인 소유의 차명계좌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복지부는 차명계좌임을 객관적으로 입증하지 못하는 가족이나 친척의 차명계좌는 인정하지 않기로 했다.

이처럼 가짜 생보자가 대거 드러난 이유는 금융재산을 수시로 일괄 조회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은행.증권.금고 등 상품 유형별로 연합회에 별도로 조회하다 보니 생보자가 신규로 들어올 때마다 금융재산을 확인하지 못하고 1년에 한두차례 일괄적으로 조회할 수밖에 없다" 고 말했다. 또 본인 동의없이 금융재산 조회가 불가능해 이번에도 전체의 60% 가량만 금융재산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복지부는 지난해 기초생활보장제를 시행할 때도 기존의 생보자와 신규 신청자 등 1백여만명의 금융자산을 조회해 이중 2만6천여명을 탈락시킨 바 있다.

◇ 기초생활보장제=소득과 재산이 일정액 이하면 근로능력 유무를 따지지 않고 최저생계비(4인가족 기준 월 96만원)를 국가가 보장하는 제도. 지난해 10월 시행돼 현재 70만가구 1백51만명에게 가구당 월최저 2만여원에서 최고 84만원의 생계비가 지원되고 있다.

신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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