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든 세상, 희망은 있다] 월급 전부를 모친 병원비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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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몇 푼 안되는 월급이지만 병든 어머니에게 보내야 마음이 편합니다.어머니가 하루 빨리 완쾌되기를 빌 뿐입니다.”

국방의무를 수행 중인 의경이 매달 받는 조그만 월급을 한달도 거르지 않고 어머니의 병원비로 보태는 값진 효도를 해 화제다.

전북 완주경찰서 문석주(21)일경이 그 주인공.

여섯살때 아버지를 잃은 文일경은 지난해 8월 어머니 박복희(45 ·서울시 방배동)씨와 여동생 유진(18 ·고3)양을 남겨 두고 의경에 입대했다.

그는 군복무를 하면서 어머니를 도울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궁리한 끝에 월급 3만5천원이라도 보내겠다고 결심했다.군 입대 후 지금까지 1년여 동안 한번도 빠짐없이 월급을 꼬박꼬박 보냈다.

文일경은 자나깨나 홀어머니 걱정이다.어머니 朴씨는 10년 전부터 간질 증세로 뇌수술 등 네차례나 수술을 받았고 현재는 자궁암에 걸려 병마와 싸우고 있다.

게다가 모아놓은 돈도 없어 취로사업에 나가 버는 30여만원과 정부에서 주는 생활보조비 20만여만원 등 월 50여만원으로 근근히 살아 가고 있다.

文일경은 “제대하면 어머니가 생활보호대상자 혜택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다른 동료들과 달리 제대가 두렵다”며 “그래도 하루 빨리 군복무를 마친 뒤 돈을 벌어 어머니의 병을 치료해 주고 싶다”고 말했다.

전문대에서 컴퓨터를 전공한 文일경의 딱한 사정이 알려지자 전북 완주경찰서 직원들은 지난 22일 성금을 모아 그에게 전달했다.

이명섭 서장은 “어려움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文일경을 계속 도와 국방의무를 무사히 마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완주=서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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