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실의 호기심 쑥쑥] 책 같이 보며 상상력 키워줘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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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몇 년 전 한 연구기관에서 영재 뽑은 이야길 들은 적이 있다. 뭔가 복잡한 조사를 해서 뽑았겠지 했는데 방법은 단순했다. 아이들에게 질문을 하게 하는 것이다. 이때 뽑힌 세돌 아이의 질문도 단순했다. "별은 왜 반짝이나요□" 빛의 산란이라든가 대기권의 존재 등 여러 가지 답으로 이어지는 질문이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아이가 지닌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었다.

아이들은 하늘이 준 호기심으로 세상을 본다. 눈에 보이는 세계에 대한 무한한 흥미가 아이의 관찰력을 자라게 하는 것이다. 태어나서 두 돌까지, 영아기의 아기들은 주로 사물그림책을 본다. 영아들은 아직 기승전결 구조의 복잡한 이야기나 경험하지 않은 세계의 이야기를 이해하지 못한다. 대신에 영아들은 자신의 생활경험이 담긴 되풀이가 강하고 단순한 그림책을 즐겨본다.

하지만 아기 그림책이 단순한 것만은 아니다. 아기들은 그림책에 나오는 사물을 통해 자신이 경험한 세계를 다시 관찰하고 재해석하는 '심오한' 활동을 하기 때문이다. 보리 출판사가 낸 『보리 아기 그림책』은 정성 들여 그린 세밀화를 통해 아기의 호기심과 관찰력, 생명에 대한 관심을 키워준다.

아기 그림책에는 '엄마와 아기' 라는 소재가 자주 등장한다. 아기에게 엄마와 자기 자신은 가장 큰 관심사이기 때문이다. 『누구야 누구』(보리)는 엄마동물과 아기동물이 함께 등장해 유아들의 호기심을 동물들에 대한 관찰로 이끌고 있다. 그 같은 관찰은 놀이를 통해 이루어진다. 한 장 한 장 넘기면 새로운 동물들이 나오고 "누구야 누구!" 하면서 숨어있는 동물을 찾게 되는 이 책 속에서 아기들은 실제로 숨바꼭질 놀이를 하듯 놀고, 배우며 생명의 기운을 받아들인다.

유아기의 어린이는 무엇보다 자기 자신에 대한 호기심으로 세상 배우기를 시작하기도 한다. 돌베개어린이가 낸 『우리 몸의 구멍』은 구멍이라는 소재를 통해 호기심을 불러일으킨 뒤 우리 몸을 설명하는 그림책이다. 유아의 눈높이에 맞추려는 노력은 운율이 느껴지는 글뿐만 아니라 유아들의 생활을 잘 포착한 그림에서도 드러난다. 이 책에서 아이들은 노래하고 먹고 응가하고 숨바꼭질하면서 몸에 대한 호기심을 만족시킨다.

호기심으로 치면 아이들은 대부분 천재다. 말문이 트이자마자 "이게 뭐야□" 하는 질문이 끊이지 않는다. 조금 지나면 "왜 그런데□" 하는 질문이 시작된다. 유아들의 질문에 답하기 어려울 땐 함께 책을 찾아보자. 좋은 과학책은 아이들의 호기심을 만족시킬 뿐만 아니라 '새롭고 멋진' 질문을 불러일으킨다. 질문이 끊이지 않고, 답과 답 찾아 나서기가 끊이지 않으면 아이는 계속해서 천재로 자랄 것이다.

이성실 <어린이책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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