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베트남 경협 어디까지 왔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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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교역 규모 5위, 투자 순위 4위, 인력송출 대상국 1위' -. 베트남 경제에서 차지하는 한국의 위상(2000년 기준)이다.

1992년 공식 외교관계를 맺은 이후 한국과 베트남간 경제 교류는 급속히 확대돼 왔다(그래픽 참조). 양국간 교류는 베트남 유전 개발 성공과 베트남 주석의 방한을 계기로 가속이 붙을 전망이다.

이를 입증하듯 베트남 정부는 지난 22일 한국의 SLD(SK텔레콤.LG전자.동아일레콤 컨소시엄)가 베트남 이동통신사업자인 사이공포스텔(SPT)의 부호분할다중접속(CDMA)이동통신 사업에 참여하는 것을 승인했다. SLD는 이 사업에 총 1억8천만달러를 투자하며, 향후 수익이 발생하면 일정 비율을 투자비로 회수해 나가기로 했다.

◇ 속속 성과 거두는 유전개발 사업=한국은 이번에 4억2천만배럴의 석유 매장량이 확인된 베트남 15-1 광구 외에 11-2광구와 16-2광구 개발사업에 참여 중이다.

한국석유공사가 운영권자로 대성.대우.현대 등 국내 대기업 7개사가 55%의 지분을 참여한 11-2광구에선 95년 가채 매장량 9천억 입방피트(원유 환산시 1억5천만배럴)의 가스전을 발견, 2004년 말 생산할 채비를 하고 있다. 이 가스전 개발로 얻을 한국측 수익은 약 3억달러로 추산된다.

또 지난해 4월 석유공사가 30% 지분을 참여한 16-2광구에도 3억4천만배럴의 석유가 묻혀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은 세곳의 베트남 유전 개발 사업 참여를 통해 총 5억7천만배럴의 석유자원을 확보하게 됐고, 앞으로 4억9천만배럴을 추가 확보할 것으로 기대된다.

◇ 급신장세 보이는 양국 교역=92년 수교 이후 교역이 본격화하면서 지난해까지 한국의 베트남 수출은 연평균 18.4%, 수입은 24.1%씩 증가해 왔다. 지난해의 경우 한국은 베트남에 16억8천6백만달러어치를 수출하고, 3억2천2백만달러어치를 수입해 13억6천4백만 달러의 무역흑자를 냈다.

한국의 주요 수출품은 자동차.석유화학제품.직물.기계 등이며, 수입품은 수산물.의류.곡류 등이다. 건설 분야에선 한국은 그동안 2백16건에 16억5천만달러의 수주실적을 올렸다.

현재 현대건설이 3억5천만달러 규모의 오몬 화력발전소 입찰을 준비하는 것을 비롯해, 국내 건설업체는 베트남에서 총 21억달러 상당의 공사 수주 활동을 벌이고 있다.

◇ 전기 맞은 베트남 투자=한국은 지난해까지 베트남에 13억2천3백만달러(2백93건.신고기준)를 투자했다. 베트남은 미국.중국.인도네시아 등에 이어 우리의 여섯번째 투자 대상국이다.

신발.섬유 등 제조업 분야의 투자가 58%를 차지하고 있으며, 건설업.광업의 진출도 활발하다.

한국의 베트남 투자는 외환위기를 맞아 98년부터 크게 위축됐지만, 앞으로 새로운 전기를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 베트남이 지난해 미국 정부와 체결한 무역협정이 이르면 다음달 중 발효되기 때문이다. 무역협정이 발효되면 평균 30~40%에 달했던 대미(對美) 수출 관세가 10분의 1 수준으로 떨어져 수출 여건이 크게 개선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베트남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은 미국의 수출 주문을 따내고, 공장을 확장하는 등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호치민 무역관의 도의관 관장은 "한 직물업체는 아예 한국 본사를 베트남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등 한국 기업의 행보가 빨라졌다" 며 "이제까지는 노동집약형 제조업 중심으로 진출이 이뤄졌지만, 최근에는 통신.석유화학 분야 등에 진출하려는 기업이 늘고 있다" 고 말했다.

◇ 아직은 미진한 금융업 진출=베트남에 진출한 국내 은행은 95년 6월 호치민시에 지점을 개설한 신한은행을 비롯해 외환.한빛.조흥 등 4개사다.

주로 현지에 진출한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대출해주거나 송금.외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거래실적은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베트남의 무한한 성장 잠재력을 보고 미리 진출한 것이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미국과의 무역관계가 정상화하면 수년간 총 1천억 달러의 해외투자가 들어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등 베트남의 성장 잠재력은 매우 크다" 며 "현재는 손익분기점을 겨우 맞추고 있지만 앞으로는 상당한 이익을 거둘 수 있을 것" 이라고 말했다.

차진용.정철근.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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