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에 이어 광고계에도 여인천하(女人天下)의 시대가 오는가.
최근 시청률 1위를 독주하고 있는 SBS 대하사극 '여인천하' 에선 나라 정책과 살림이 상당 부분 여인들의 손에 좌지우지되고 있다. 애정관계도 마찬가지다. 전통적인 남성 지상주의를 고집해 온 게 사극이지만, 이 드라마에선 극중 인물 난정(강수연)이 자신의 야망과 성공을 위해 남자를 선택하고 있다.
이런 변화가 광고에도 나타나고 있다. 기존의 성(性)역할에 관한 고정관념을 뒤바꾼 과감한 내용의 광고가 속속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1 삼성카드 광고에서 탤런트 고소영은 남자들의 엉덩이를 찰싹 소리가 나도록 치며 거리를 활보한다. 탄력있어 보이는 뒷모습의 남자들은 고소영의 행동에 어이없어 하지만 속수무책이다. 굳이 요즘 유행하는 성희롱이란 단어를 떠올리자면 여성이 그 가해자로 변신한 것이다.
#2 SK텔레텍의 'SKY' 광고를 보면 20대 후반의 커리어 우먼이 파티장에서 만난 새 남자 친구를 껴안고 이 장면을 현재 남자 친구에게 화상으로 보낸다. " 잘 봐. 네 자리에 누가 있는지" 라는 메시지가 함께 나타난다. 어떤 이유나 변명도 없이, 철저히 자기 중심적인 이별 선고를 하는 셈이다.
#3 삼성 SM5승용차가 고급스러운 자태를 뽐내며 서 있는데 갑자기 고객이 등장한다. 그 주인공은 개를 데리고 소매 없는 원피스를 입은 젊은 여성이다. 고급 차를 고르는 만큼 당연히 남자가 등장하리라는 일반의 예상을 무너뜨린다.
이처럼 여성의 새로운 성 역할을 부각시키는 CF들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가정이나 사회에서 삶을 주도적으로 끌어가는 여성이 광고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대홍기획 서양희 차장은 "여성 중심의 사회가 거부할 수 없이 다가오고 있다" 며 "이런 시대상을 반영해 자주적이고 독립적인 여성을 주인공으로 한 광고는 더욱 늘어날 것" 이라고 예상했다. TBWA코리아의 문상숙 부장도 "과거에는 여성하면 약자나 주부로만 표현돼 왔지만 요즘은 자신감 넘치고 강한 여성이 있다" 고 강조했다.
'강한 여성' 이 광고계의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이젠 남성들에게서 역차별 논란이 나올 판이지만, 이 흐름은 거스를 수 없을 듯하다.
이상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