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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이어 TV 광고에도 '여인천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5면

드라마에 이어 광고계에도 여인천하(女人天下)의 시대가 오는가.

최근 시청률 1위를 독주하고 있는 SBS 대하사극 '여인천하' 에선 나라 정책과 살림이 상당 부분 여인들의 손에 좌지우지되고 있다. 애정관계도 마찬가지다. 전통적인 남성 지상주의를 고집해 온 게 사극이지만, 이 드라마에선 극중 인물 난정(강수연)이 자신의 야망과 성공을 위해 남자를 선택하고 있다.

이런 변화가 광고에도 나타나고 있다. 기존의 성(性)역할에 관한 고정관념을 뒤바꾼 과감한 내용의 광고가 속속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1 삼성카드 광고에서 탤런트 고소영은 남자들의 엉덩이를 찰싹 소리가 나도록 치며 거리를 활보한다. 탄력있어 보이는 뒷모습의 남자들은 고소영의 행동에 어이없어 하지만 속수무책이다. 굳이 요즘 유행하는 성희롱이란 단어를 떠올리자면 여성이 그 가해자로 변신한 것이다.

#2 SK텔레텍의 'SKY' 광고를 보면 20대 후반의 커리어 우먼이 파티장에서 만난 새 남자 친구를 껴안고 이 장면을 현재 남자 친구에게 화상으로 보낸다. " 잘 봐. 네 자리에 누가 있는지" 라는 메시지가 함께 나타난다. 어떤 이유나 변명도 없이, 철저히 자기 중심적인 이별 선고를 하는 셈이다.

#3 삼성 SM5승용차가 고급스러운 자태를 뽐내며 서 있는데 갑자기 고객이 등장한다. 그 주인공은 개를 데리고 소매 없는 원피스를 입은 젊은 여성이다. 고급 차를 고르는 만큼 당연히 남자가 등장하리라는 일반의 예상을 무너뜨린다.

이처럼 여성의 새로운 성 역할을 부각시키는 CF들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가정이나 사회에서 삶을 주도적으로 끌어가는 여성이 광고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대홍기획 서양희 차장은 "여성 중심의 사회가 거부할 수 없이 다가오고 있다" 며 "이런 시대상을 반영해 자주적이고 독립적인 여성을 주인공으로 한 광고는 더욱 늘어날 것" 이라고 예상했다. TBWA코리아의 문상숙 부장도 "과거에는 여성하면 약자나 주부로만 표현돼 왔지만 요즘은 자신감 넘치고 강한 여성이 있다" 고 강조했다.

'강한 여성' 이 광고계의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이젠 남성들에게서 역차별 논란이 나올 판이지만, 이 흐름은 거스를 수 없을 듯하다.

이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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