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군함 홍콩 입항… 미국·중국 화해 돛달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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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미국의 항공모함 전단(戰團)이 19일 중국 영토인 홍콩 항에 입항했다.

중국이 미군 항공모함의 홍콩 입항을 허용한 것은 지난해 5월 키티호크호 입항 이후 15개월 만이다.

이같은 중국의 결정은 지난 4월 미군 정찰기와 중국 전투기의 공중충돌 사건으로 갈등을 빚었던 양국 관계 복원의 상징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 15개월 만의 항모 입항=홍콩에 입항한 군함은 항공모함 콘스털레이션호와 이에 부속된 잠수함.구축함 등 7척으로 병력은 모두 6천5백여명이다. 콘스털레이션호는 닷새로 예정된 정박 기간 중 연료와 식량.음료수 등을 보충한 뒤 미국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중국은 정찰기 사건 이후 미군 함정의 홍콩 정박을 전면 중지시켰다.

특히 콘스털레이션호가 홍콩 입항 직전 대만 해협에서 대규모 훈련을 실시한 사실에 비춰보면 중국의 입항 허용은 매우 전향적인 조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중국은 이에 앞서 지난달 하순 미군 소해정 2척의 홍콩 입항을 허용했었다. 정찰기 사고 이전에는 매년 50~60척의 군함이 홍콩에 정박했다.

◇ 회복 단계 접어든 양국 관계=해외 언론들은 콘스털레이션호의 입항을 정찰기 사건으로 소원해진 양국 관계가 복원되는 신호로 해석했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오는 10월로 예정된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앞두고 두 나라 관계가 안정기조에 접어들기 시작했다는 신호" 라고 평가했다. 또 영국 BBC방송은 콘스털레이션호에 중국 국기가 게양된 모습을 내보냈다.

양국 관계는 올 들어 부시 행정부가 대(對)중국 강경정책으로 선회함에 따라 갈등을 빚어오던 중 4월 돌발적인 정찰기 사건으로 인해 최악의 상황에 빠져들었다. 그러나 23명의 미 정찰기 승무원 송환과 기체반환 협상이 타결되면서 서서히 회복 국면으로 접어들기 시작했다.

중국은 정찰기 사건을 둘러싼 양국 협상과정에서 미국에 상당히 유화적인 자세를 보였다. 하지만 여전히 긴장의 요소는 남아 있다. 두 나라가 최근 거의 동시에 남중국해 해역에서 군사훈련을 실시했으며 미국이 정찰기 승무원 석방 이후 곧바로 동중국해 해상에서 정찰비행을 재개한 사실이 이를 상징한다.

예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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