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천아리랑' 북한·중국·러시아 동포들에 애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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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영천에는 전해지지 않는 ‘영천아리랑’이 북한과 중국 ·러시아 동포들 사이에 널리 애창되고 있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김태원(金台原 ·63)영천문화원장은 20일 “3년전 중국 연변 조선족으로부터 소문으로만 들어오던 영천아리랑 CD를 입수하게 됐다”면서 “그간의 조사결과 일제시대 영천지역에서 불려진 곡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곡조는 애절한 대부분의 아리랑과 달리 경쾌하고 간드러지는 5박자다.

‘아라린가 쓰라린가 영천인가 아리랑 고개로 날 넘겨주소 아주까리 동배야 더 많이 열려라 산골집 큰애기 신바람난다….’

북한에서 출간된 ‘민요삼천리’‘조선의 노래’‘문학예술사전’ 등에는 영천아리랑과 관련된 기록이 쉽게 발견된다.

특히 ‘문학예술사전’(과학백과사전종합출판사,1993)에는 ‘영천아리랑은 영남지방 교통의 중심지로 대구와 함께 사과가 많이 나는 고장인 영천의 지명을 땄다’라고 적혀 있다.

그러나 영천지역 노인들은 이 노래를 기억하고 있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로 잊혀졌다.

영천아리랑은 만주지역 거주 한인을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시킨 1937년 당시 우즈베키스탄 국제문화협회가 주관한 기념축제에서 처음 소개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북한 유입도 일제 무렵 중국에서 흘러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영천시는 최근 관계자 모임을 갖고 영천아리랑의 학술적 고증과 현지조사를 거친 뒤 체계적으로 정리하기로 했다.

金문화원장은 “영천아리랑을 이렇다 할 무형문화가 없는 지역의 대표적 문화사업으로 육성할 것”이라며 “CD로 제작해 각급 학교에 보급하고 노래비도 건립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송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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