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극 '논개' 국립극장서 공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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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변영로.한용운의 시, 박종화의 소설, 윤봉춘.이형표 감독의 영화, 유치진의 희곡, 송범의 무용극, 안익태의 교향시, 홍연택의 오페라…. 왜장의 품에 안겨 진주 남강 푸른 물에 꽃다운 청춘을 던진 논개의 삶과 애국정신을 다룬 예술작품들이다. 최근엔 뮤지컬로도 만들어진 '논개' 가 이번엔 창극무대에 오른다.

국립창극단(단장 최종민)이 오는 9월 29일부터 10월 7일까지 추석 시즌에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무대에서 창작창극 '논개' 를 초연한다. 부제는 '아!매웁다. 그 꽃잎' . 역사 교과서 파문으로 한.일 관계가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는 시점에서 올리는 작품이라 더욱 눈길을 끈다.

논개를 소재로 한 창극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해방 직후 조상선의 작창으로 명창 장월중선이 논개 역을 맡아 상연됐지만 대본과 음악이 전해 오지 않는다. 지난해 전북도립국악단도 창극 '그리운 논개' 를 상연했지만 국립창극단이 이 작품을 구상하고 착수한 시기는 1년 정도 앞선다.

현 예술감독인 안숙선 명창은 국립창극단 단장으로 있던 1998년에 논개의 창극화를 결심하고 작가 홍원기에게 대본을 위촉했다. 판소리 다섯 바탕을 기초로 한 '춘향전' '심청전' 과 마찬가지로 여주인공이 극을 이끌어가는 데다 강물에 투신하는 비극적인 최후 등이 한번쯤 욕심을 내볼만한 역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논개가 태어난 곳이 전북 장수군 대곡리로 안 명창의 고향 남원의 이웃 마을이라 오래 전부터 논개를 창극으로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다.

작가 홍원기씨는 대본 집필과정에서 기존의 역사소설보다는 평전(評傳)을 주로 참고했다. "논개 하면 왜장과 함께 투신 자살한 기생이라는 사실 외에는 사람들이 잘 모른다" 며 "영웅담보다는 인간 내면의 고뇌를 작품에 담고 싶었다"

논개가 동료 기생들에게 반지를 받아 열 손가락에 끼고 부르는 '십환가' 등 따로 떼내어 들을 만한 절절한 소리도 여러 곡 들어 있다. 독창과 합창이 숨가쁘게 소리를 메기고 받는 진주성 전투장면에서는 화려한 전통무예가 볼거리를 더해준다. 논개의 투신 장면에서는 영상으로 박진감을 높여준다.

최근 판소리와 창극의 매력에 흠뻑 빠진 '덕혜옹주' '레이디 맥베스' 의 연출가 한태숙의 창극 데뷔무대. 논개 역에 안숙선.유수정 명창, 소녀 논개 역에 신예 유주현, 논개의 남편 최경회 역에 왕기석 명창이 출연한다. 공연개막 오후 7시30분. 토.일 오후 4시. 02-2274-1173.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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