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리뷰] 장한나 첼로독주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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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무대로 들어서는 발걸음부터 달랐다. 당당하고 의젓하며, 깊은 생각에 잠긴 듯한 표정이었다. 앳된 소녀의 모습이 채 가시지 않았지만, 활을 긋는 순간 거장의 풍모가 배어나왔다.

2년 만의 서울 독주회(18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첼리스트 장한나는 완벽에 가까운 음정과 건강한 소리를 마음껏 뽐냈다.

테크닉은 더욱 무르익었고 소리의 폭과 깊이를 더해 악보에 담긴 얘기를 남김없이 풀어냈다.

이날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교향곡을 방불케 하는 대규모 악상을 힘차게 전개한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소나타' 였다. 앙코르곡은 쇼팽의 '폴로네이즈 브릴리안테' 와 프로코피예프의 '소나타' 2악장.

'옥에 티' 하나. 슈트라우스가 끝나고 슈만을 연주하기 전 일부 청중은 자리에서 일어나 우왕좌왕하는 '소동' 을 빚었다. 지휘자 시노폴리를 추모하는 뜻에서 포레의 '애가' 를 첫 곡으로 덧붙인 탓에 두 곡이 끝나면 중간휴식을 취하는 관례에 익숙해져 착각을 한 것.

프로그램도 '왕벌의 비행' '백조' '보칼리즈' 등 소품으로 꾸며진 후반부는 전반부에 비해 지나치게 가벼웠다. 음반 홍보도 좋지만 수록곡 몇 개를 앙코르곡으로 연주해도 충분하다.

이번 공연은 예술의전당이 내놓은 '코리안 월드 스타' 시리즈의 첫 무대다. 흥행성이 보장된 스타급 연주자를 무대에 세운 기획 시리즈다. 예술의전당쯤 되면 조금 덜 알려진 신예를 발굴, 국내무대에 과감히 소개하는 노력도 기울이면 어떨까 싶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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