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조세정의와 언론탄압 사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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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조선.동아.국민일보 등 언론사주 세명이 구속됐다. 한국언론 사상 유례 없는 언론사주의 무더기 구속과 뒤 이을 법의 판결이 어떻게 내려질지 국내외의 비상한 관심이 몰리고 있다. 이제 공은 국세청.검찰을 거쳐 법원으로 넘어갔다. 법과 관행의 격차, 조세정의 구현과 언론 탄압 의혹이라는 현격한 시각 차를 재판부가 어떤 잣대와 기준에 따라 판결을 내릴지 우리는 예의 주시할 것이다.

언론사라고 해서 범법행위가 용납될 수는 없다. 언론사는 사회정의를 앞세운 비판과 공익을 사명으로 한다는 점에서 오히려 평균 이상의 투명 경영이 요구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언론사라는 특수성에 따른 관행적 영업행위를 일반기업의 수준에 따라 탈세.횡령을 적용한 측면은 없는지, 신문사의 광고와 판매라는 특수 영업형태를 타업종의 영업관행과 기준에 따라 잣대를 들이댄 것은 아닌지 등의 문제가 법원의 심리과정에서 자세하게 밝혀져야 할 것이다.

언론사가 감내할 수 없는 막대한 액수의 과징금 부과는 신문기업 자체의 생존을 위협하면서 결과적으로 언론의 비판기능을 축소하는 쪽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깊이 유의해야 할 것이다.

언론사 세무조사는 처음부터 석연치 않은 점이 많아 언론 탄압 의혹을 자초했다. 대통령이 연두기자회견에서 언론개혁을 언급한 뒤 국세청과 공정거래위가 앞다퉈 대규모 조사를 시작했고 무가지(無價紙) 등 그동안의 관행에 대해 느닷없이 수십억원의 과징금이나 세금을 부과한 것이 한 예다.

또 세무조사가 진행되는 동안 집권당 간부들이 "당 지지율 하락은 언론 장악이 안됐기 때문" 이라든가, "조폭(組暴)적 언론" "언론은 최후의 독재권력" 운운하며 언론과의 전쟁선포를 주장했고 세무조사 결과가 발표되기도 전에 세금탈루 언론사주의 검찰 고발을 요구한 것도 같은 맥락의 의혹이다.

도주.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는 사주들을 굳이 구속한 것이나 구속영장 발부 후까지 영장 기재 범죄사실이 알려지지 않은 것도 의문이다. 검찰은 피의사실 공표에 해당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하지만 국민의 알 권리를 내세워 공개해온 것이 지금까지의 관례 아닌가. 그렇다면 국세청의 세무조사 결과는 왜 TV 생중계까지 하며 발표했는지 어리둥절할 뿐이다.

이제 언론 탄압 시비는 법정으로 넘겨지게 됐다. 법과 관행, 언론 탄압 의혹에 대한 사법부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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