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운하 '갈수기 대책' 마련 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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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인천과 한강 행주대교를 잇는 연장 18㎞의 경인운하가 건설될 경우 갈수기 한강 하류의 유량이 크게 줄어 한강 생태계가 크게 교란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경인운하 건설을 추진 중인 건교부는 한강 하류 신곡 수중보 상류에서 하루 2백60만~4백32만t의 물을 취수해 경인운하 주운(舟運)수로로 흘려보낼 계획이다.

이 가운데 하루 1백73만t의 물은 인천터미널에서 5㎞의 관로와 굴포천을 통해 신곡 수중보 하류 한강으로 재유입시킨다. 결국 한강 하류에서 하루 87만t~2백59만t의 물이 경인운하를 통해 서해로 곧장 방류되는 셈이다.

한강 하류의 물을 적게 취수해 경인운하를 채울 경우 오염된 물이 정체되면서 부(富)영양화에 따른 조류(藻類)가 크게 늘어 오염이 심해질 것이라는 환경단체 등의 지적에 따라 유입량을 늘리게 된 것이다. 즉 주운수로 유량을 늘려 경인운하의 수질오염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평상시에는 문제가 없지만 지난 6월처럼 가뭄과 농사철이 겹칠 경우 상황은 달라진다.

갈수기에 팔당댐에서 방류되는 물은 하루 1천71만t으로 한강 하류 생태계 보전과 수질 오염을 막기 위해 최소한으로 내려보내야 하는 양이다. 팔당댐에서 방류된 물은 신곡 수중보에 이르는 동안 상수원.농업 용수로 상당량 취수된다.

1998년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의 한강 유량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하수처리장 방류수나 지류를 통해 유입되는 양까지 감안하더라도 갈수기 신곡 수중보의 유량은 하루 6백만t에 불과하다.

따라서 한강 하류 생태계 보호를 위해서는 하루 유량이 5백60만t은 돼야 할 것으로 추정되므로 갈수기에 경인운하로 한강물을 일부 돌릴 경우 하루 47만~3백92만t이 부족하게 된다.

인하대 해양학과 최중기 교수는 "바닷물과 담수가 섞이는 수역을 거슬러 올라오는 황복 등 물고기의 경우 담수 유입이 줄어들면 산란장 확보 등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고 지적했다.

또 청평 내수면연구소 이완옥 박사는 "담수 유입이 줄면 한강에서 들어가는 유기물의 양도 줄게 돼 강화도 어장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고 말했다.

이에 대해 건교부 경인운하과 관계자는 "갈수기 한강 하류 유량 유지에 어려움이 있어 취수하는 물을 모두 한강으로 되돌려 보내는 방안도 검토 중" 이라고 말했다.

한편 환경부는 경인운하 건설사업과 관련해 환경영향평가서를 다시 보완해줄 것을 건교부에 요구했다.

지난해부터 모두 네차례에 걸친 보완 요구로 경인운하 건설사업은 올해 착공이 불가능한 상태다. 그러나 경인운하 계획의 시초가 된 굴포천 유역 방수로 사업은 이달 초 착공됐다.

경인운하 사업은 서해안~한강 행주대교에 너비 1백m, 수심 6m의 수로를 건설하는 것으로 당초 지난해 10월 착공해 2004년 1단계 사업을 완료할 계획이었다.

사업비는 1조8천4백29억원이며 정부가 4천3백82억원을 지원하고 민간에서 1조4천47억원을 조달할 계획이다. 이 사업에는 현대건설.수자원공사 등 9개사가 참여 중이다.

강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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