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30인회 5차 회의] 3국 대표 기조연설 요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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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안다는 착시현상 버리고
서로를 진지하게 이해할 때

이홍구 전 총리  뉴욕에서 시작된 세계적 금융위기가 세계경제를 어떤 모습으로 바꿀지는 분명치 않다. 그러나 지구촌 모든 국가가 외부 충격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상호의존 관계에 있다는 것, 또 이번 위기가 시장의 힘만으론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은 분명하다. 정부 차원의 공동 대처가 필요하다. G7보다 G20이 새로운 국제경제 질서를 논의하는 회의체로 적절하다는 최근 여론은 그런 세계사적 전환기를 의식한 결과다. 이런 역사적 전환점에서 세계는 다음 달 한국에서 열릴 한·중·일 정상회담을 주목하고 있다. 3국은 세계에 제시할 공동 구상을 발전시키기 위해 공동의 가치관과 비전을 형성해야 한다. 제국주의 시대와 냉전 시기를 거치며 형성된 이질화 현상과 서로를 잘 안다는 착시 현상을 극복하고, 보다 진지하게 서로를 이해해야 한다. 그래야만 3국의 동북아 공동체가 지구촌의 모범이 될 수 있다. ‘한·중·일 30인회’는 바로 이 역사적 과업을 수행할 지혜와 꿈을 모으는 데 기여할 것이다.

이제까지 3국은 경제 중심
앞으론 안전보장도 논의를

나카소네 전 일본 총리  세계 금융위기 극복 과정에서 중국과 한국이 빠른 경기회복을 통해 세계경제 견인에 나서고 있다. 향후 일·중·한 3국은 각 분야에서 다양한 공동협의체를 구성해 동북아시아의 발전을 이끌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3국 관계가 다시 냉각되는 일이 없도록 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한·중·일 30인회’ 제언 등의 노력으로 일·중·한 정상회담이 정착됐으니 이제는 ‘3국 정상 간의 IT 회의’를 항시 개최할 수 있도록 하면 어떻겠는가. 이제까지의 3국 관계는 경제가 중심이었다. 앞으로는 안전보장 문제도 생각해야 한다. 유럽의 EC가 유럽연합(EU)으로 발전할 수 있었던 건 유럽의 안전보장을 유지해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란 존재가 있었기 때문이다. 아시아에서도 안전보장체계가 각종 중층 적인 국제적 연대 위에 구축되는 시대가 올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의 추진과 동시에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의 존재도 늘 고려해야 한다.

3국 간 FTA 체결에 노력
청소년 교류도 강화해야

쩡페이옌 전 중국 부총리  한·중·일 30인회는 3국 정상회담의 정례화를 가져오는 등 지대한 공헌을 해왔다. 그러나 21세기 첫 10년을 통해 부쩍 큰 아시아의 위상은 우리에게 더 많은 노력을 요구하고 있다. 우선 경제 글로벌화를 적극 추진해야 한다. 최근 금융위기가 다소 완화 조짐을 보이자 보호무역주의가 고개를 들고 있다. 우리는 이를 단호히 배격해야 한다. 또 녹색 경제발전을 중시해야 한다. 양적인 성장 위주 발전에서 생태환경과 조화를 이루는 통합적 발전이 필요하다. 국제금융시스템의 개혁도 필요하다. 달러 중심의 국제금융체제에 내재한 폐단이 이번 금융위기의 원인이 됐다. 이제 중·한·일은 3국 간, 아시아 지역 내, 또 글로벌 차원의 다양하고 다차원적인 협력을 추구해야 한다. 이를 위해 중·한·일은 ▶아시아 공동채권시장 구축 ▶중·한·일 3국 간의 FTA 체결 ▶녹색 경제 분야에서의 협력체제 강화 ▶인적교류, 특히 3국 간 청소년 교류 강화 등에 노력할 것을 제안한다.

특별취재팀=유상철·신경진(중국연구소 기자·연구원), 박소영·김현기(도쿄특파원), 강정현(영상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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