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조선대 극회 동문들 연극 공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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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연극을 한답시고 많은 사람들에게 아쉬운 소리를 했고 큰 도움을 받았기에 조용히 물러나려 했는데, 제자들의 성화에 지고 말았습니다. "

오는 22일 정년 퇴임하는 조선대 프랑스어과 조우현(曺禹鉉.65)교수가 자신이 30년째 지도해온 연극 동아리로부터 화려한 무대를 헌정받는다.

조선대 극예술연구회(약칭 조대극회)는 曺교수를 위해 오는 17~18일 오후 7시30분 교내 노천극장에서 셰익스피어의 '한여름 밤의 꿈' 을 공연한다. 한꺼번에 2천여 명이 관람할 수 있고 무료라서 연극으로서는 보기 드물 만큼 큰 무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원래 스케일이 큰 작품이라 출연진만도 1971년 입학한 동문부터 올해 들어온 1학년생 연극반원에 이르기까지 28명이나 된다. 또 야외 공연이어서 고성능의 음향.조명장치 및 발전(發電)차량과 많은 스태프가 동원된다.

총 비용 1억여원 가운데 5백만원만 학교에서 지원받았다. 나머지 대부분 광주 등 전국 각지와 외국에 흩어져 사는 조대극회 출신들이 적게는 수십만원, 많게는 수백만원씩 낸 돈으로 마련했다.

예술감독을 맡고 직접 무대에 서기도 하는 정철(50.71학번)동신대 예술학부 교수는 "선생님께서 우리에게 베푼 사랑과 연극에 쏟은 열정에 비하면 오히려 보잘 것 없는 무대지만 올 초부터 최선을 다해 준비해 왔다" 고 말했다.

프랑스 희곡 전공의 曺교수는 72년 조선대에 부임한 이래 줄곧 조대극회의 지도교수를 맡아 왔다.

그는 "중간에 그만두려 했으나 아이들이 계속해 주길 바랐고 나도 이를 뿌리치지 못해 오늘까지 왔다" 며 "30년 동안 굿판을 벌여 놀게 했더니 많은 제자들이 중견 연극인으로 활동해 보람이 크다" 고 밝혔다.

이번 특별공연을 총기획한 박윤모(48.72학번)광주시 연극협회장은 "선생님은 불손하게 자신의 능력을 과장하거나 비굴하게 폄하하는 태도를 보여서는 안된다는 점을 실천으로 가르쳐 주신 참스승" 이라고 말했다.

전남 진도에서 태어나 목포중.고와 한국외국어대 프랑스어과를 졸업한 曺교수는 중학교 은사인 차범석(車凡錫)예술원장의 영향으로 반평생을 연극과 함께 했다. 몸소 무대에 서기도 했던 그는 파리 3대학 연극과와 동국대 대학원 연극영화과에서 공부했고 연극에 관한 책과 논문을 많이 썼다.

광주〓이해석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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