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 인터넷 검색시장도 넘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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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인터넷 검색 시장을 두고 세계 최대의 소프트웨어 업체인 마이크로소프트(MS)와 이 분야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구글이 한바탕 전쟁을 치르게 됐다.

블룸버그통신 등 미국 주요 언론은 100명 이상의 연구진이 18개월에 걸쳐 개발한 MS의 새 검색엔진 시험판(베타 버전)이 11일(이하 현지시간) 공개될 예정이라고 10일 보도했다.

MS의 인터넷 포털인 MSN을 통해 제공될 이 검색엔진은 MS가 자체 기술로 개발한 것이다. 현재 MSN이 제공 중인 검색엔진은 경쟁업체인 야후의 '잉크토미'다.

정보기술(IT)업계의 '거인'인 MS가 인터넷 검색 시장에 본격 진출함에 따라 현재 시장 점유율 1위(34.5%)인 구글과의 한판 대결이 불가피해졌다.

그동안 MS는 엄청난 자본력과 시장지배력을 앞세워 웹브라우저.인터넷 메신저 시장을 장악해 왔다. 웹브라우저 시장에 뒤늦게 뛰어들어 기존 강자였던 넷스케이프를 퇴출시켰는가 하면 메신저 시장에서도 후발주자로 선발주자를 추월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MS의 불패 신화가 이어질지에 관심을 쏟고 있다.

◆ 검색시장 대표주자 바뀔까=업계 전문가들은 최근 성공적인 기업공개(IPO) 등으로 '실탄(자금력)'을 충분히 비축한 데다 검색 관련 기술력에서 우위를 보이고 있는 구글이 쉽게 1위 자리를 내주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MS가 각종 반독점 소송에 휘말려 있어 1990년대 후반에 웹브라우저를 끼워팔 때처럼 검색엔진의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구글의 반격도 MS의 앞길에 장애로 작용할 전망이다. 구글은 지난달 MS보다 한발 앞서 '데스크톱 검색(데스크톱 PC나 노트북 PC 내에 있는 정보를 찾아주는 것)' 시험판을 선보였다. 전문가들은 오히려 구글이 인스턴트 메신저와 같은 MS의 '텃밭' 진출을 노리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당장은 아니지만 장기적으로 MS의 검색엔진이 구글이 잡고 있는 시장의 상당 부분을 잠식할 것이란 분석도 있다.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의 스콧 케슬러 애널리스트는 "MS의 검색시장 진출은 매우 중요한 사건"이라며 "인지도가 훨씬 높은 구글과 야후로서도 힘겨운 싸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MS의 검색시장 진출 소식에 구글 주가가 2%나 떨어진 것도 이러한 시장의 우려를 반영한 것이다.

◆ MS의 검색시장 진출 의도는?=예전에 '돈'이 안된다며 무시했던 검색시장이 최근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구글이 급성장하며 MS의 포털사이트인 MSN을 위협하는 것도 MS를 자극했다.

빌 게이츠 MS 회장은 올 초 "당초 인터넷 검색시장이 수익성이 낮은 보조시장이라고 생각했던 것은 잘못"이라며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구글이 IPO를 하기 전인 지난 6월 구글 주식에 대한 질문을 받자 "주식 가격이 얼마든지 사는 게 좋다"는 입장을 보일 정도로 검색시장의 전망을 밝게 보고 있다.

김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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