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마당] 무심히 버린 담배꽁초 사고 불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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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지난 일요일 아침부터 가족들을 보채 나들이길에 올랐다.

강원도 평창 부근에 있는 허브 농원을 찾았다. 도시의 공해와 소음에 시달렸던 아이들도 코끝을 스치는 꽃향기에 흠뻑 젖어 흥겨운 한때를 보냈다.

영동고속도로를 이용해 서울로 돌아오던 길이었다. 조금씩 차의 속도를 올리고 있는데 갑자기 불똥 하나가 차창을 향해 날아들었다.

깜짝 놀라 핸들을 꺾다가 방호벽을 들이받을 뻔했다. 겨우 사고를 모면하고 서둘러 길 옆에 차를 세웠다. 알고 보니 불똥의 정체는 담배꽁초였다. 앞서 가던 차량에서 버린 듯한 꽁초에는 아직도 불씨가 남아 있었다.

그 운전자는 무심코 창밖으로 담배꽁초를 버렸을 것이다. 하지만 그로 인해 우리 가족 모두 목숨을 잃을 뻔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놀란 가슴이 진정되지 않았다.

오붓한 나들이길을 담배꽁초 하나가 망쳐버린 것이다. 무심코 버린 쓰레기가 다른 운전자들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특히 휴가철인 요즘은 가족단위의 차량들이 많다. 창밖으로 쓰레기를 버리기 전에 한번 더 이웃을 생각하자.

이귀현.강원도 원주시 태장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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