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줄기세포 연구 제한적 허용…윤리-치료 절충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명분도 살리고 실리도 얻기 위해 고심한 절충안.

'줄기세포(일명 간세포(幹細胞))연구의 제한적 허용' 이란 부시 미국 대통령의 발표에 대한 평가다.

그는 일단 새로 줄기 세포를 얻기 위해 배아(胚芽)를 파괴하는 실험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함으로써 '배아〓생명' 이란 자신의 입장을 고수했다.

그러나 미국 내 각 연구기관에서 이미 만들어놓은 60여 종류의 줄기세포에 대해선 연방정부의 연구비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과학자들과 난치병 환자들의 입장 및 적잖았던 허용 여론을 일부 수용한 것. 그는 대선공약에서는 줄기세포 연구를 반대했었다.

부시는 10일 발표에서 치매에 걸린 레이건을 간호해온 낸시 여사가 난치병 극복을 위해 줄기세포 연구를 허용해달라는 편지를 보내온 사실 등을 거론하며 일절 금지를 주장해온 가톨릭계와 공화당 보수주의자 등의 이해를 구했다.

줄기세포 연구란 시험관아기 시술을 하면서 남은 수정란(냉동보관)을 녹여 배아로 키운 다음 필요한 줄기세포만 골라내는 기술. 줄기세포는 위나 간.혈액.근육 등 어떤 세포로도 성장할 수 있는 만능 세포다. 치매와 당뇨.암 등 난치병 치료와 손상된 신체기관 복구에 획기적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문제는 줄기세포를 추출하는 과정에서 배아가 파괴된다는 것. 폐기처분될 잉여 배아라지만 자궁에 착상(着床)시키면 태아로 자랄 수 있으므로 생명윤리에 위배된다는 것이 연구 반대론자들의 주장이다.

다만 이날 발표는 연방정부 연구비 지원의 한계를 밝힌 것일뿐 법적 구속력이 없어 민간 차원 연구에 대한 별다른 제재장치는 없다. 미국 내 민간연구기관에서는 연방정부 지원없이 줄기세포를 연구하고 있다. 그래도 이번 발표는 막대한 연방기금의 지원을 통해 미국 내 줄기세포를 이용한 질병치료 연구를 크게 활성화시킬 전망이다.

현재 잉여 수정란에서 줄기세포를 추출해내는 실험을 법적으로 금지한 국가는 독일이 유일하다. 또한 배아 복제는 영국과 일본이 허용(일본은 추진)하고 있을 뿐 대부분의 국가에서 금지하고 있다.

배아 복제란 연구자가 정자와 난자를 수정시켜 원하는 배아를 인위적으로 복제하는 행위. 몸에서 떼어낸 체세포를 이용해 복제하는 인간 개체 복제는 모든 국가에서 금지하고 있다.

홍혜걸 기자.의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