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조달 감사…군납품 구매 거액 낭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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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국방부 조달본부가 규정을 어기고 일반 상용(常用)물자를 조달청을 통하지 않고 직접 구매해 왔으며, 이 과정에서 물품을 조달청 구매가격보다 비싸게 사들여 세금을 낭비해온 사실이 감사원에 적발됐다.

군수품 중 군용물자가 아닌 상용물자는 국방부장관의 업무지침 및 국방부와 조달청간의 협정에 의해 연간 구입금액 3천만원이 넘는 경우 조달청에 구매를 맡겨야 함에도 조달본부는 지침을 어기고 해당품목 3천13개 가운데 73.7%에 이르는 2천2백21 품목을 직접 사들였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감사원은 조달본부가 직접 사들인 품목 가운데 8억6천여만원의 예산이 들어간 단화(短靴)구매실태를 표본분석한 결과 경찰용과 규격이나 계약업체가 똑같은데도 조달청 구매가격보다 켤레당 5천7백원이 비싼 2만4천5백원에 구입해 1억8천4백94만원의 예산을 낭비했다고 밝혔다.

이같은 사실은 10일 감사원이 민주당 송영길(宋永吉)의원에게 제출한 최근 3년간 국방사업 관련 감사자료에서 밝혀졌다.

감사원은 또 조달본부가 지난해 축협 등과 군납용 축산물의 납품가격을 정하면서 수수료 계산에 부대비용은 고려치 않도록 한 규정에도 불구하고 이를 수수료 내역에 포함시켜 11억4천5백65만원을 잘못 지출했고, 같은 방법으로 1997~99년에도 34억6천여만원을 낭비했다고 지적했다.

조달본부는 지난해 군 부식용 수입쇠고기를 사들이는 과정에서도 정상가격보다 12억여원이나 비싸게 원가를 계산해 감사원의 주의조치를 받았다.

감사 결과 국방부 조달본부의 육군대령 A씨는 주미군수근무단이 구입한 캐딜락 오픈카의 대금을 지급하는 과정에서 국방부 근무지원단장에게서 차량에 결함이 있다는 통보를 받고도 99년 12월 계약금 1억1천7백여만원을 지급했다. 감사원은 A대령에 대한 징계를 요구했다.

감사원은 감사를 마치고 국방부 조달본부에 "앞으로 일반 상용물자에 대해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조달청에 위탁구매해 예산을 낭비하는 일이 없도록 하라" 고 촉구했다.

宋의원은 국방부의 상용물자 직접구매 행태와 관련, "표본분석 사례 외에도 임의로 구매한 2천2백여 품목 가운데는 주먹구구식 예산집행이 이뤄진 사례가 많을 것" 이라고 지적했다.

국방부는 이에 대해 "감사원에서 지적한 사항을 받아들여 조달시스템을 개선.보완하고 있다" 고 해명했다.

오영환.강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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