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있는 토크쇼] 어린이책 새 칼럼을 시작하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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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단행본 시장에서 가장 외로운 연령층은 ‘1318세대’라고 불리는 초등학교 고학년과 중·고등생들이다.

초등학교 저학년과 중학생들 눈높이의 책이 충분히 개발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사정이 그러하니 대중매체에서도 1318책들은 리뷰가 되지 않아왔다.반면 초등학교 저학년을 대상으로한 그림책은 적정공급을 넘어 과포화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2-3년전부터 불기 시작한 아동서 열풍은 서서히 1318세대들에게도 눈을 돌리고 있다. 중앙일보가 ‘꾸러기 책동네’와 함께 ‘틴틴 책세상’을 격주로 마련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다음 주부터 어린이책 리뷰면을 책임진 두 명의 칼럼리스트들이 머리를 맞댔다.

이들은 균형잡힌 책읽기를 등한시한 교육 탓 까지 겹쳐 우리의 주인공들이 좋은 시기를 책과 함께 하지 못한 채 막바로 대학을 가는 풍토의 문제점을 토론했다

▶사회=그동안 어린이책 리뷰면은 신세대 부모들의 기본적인 정보 갈증부터 씻어주는 게 목적이었다. 이전 세대보다 더 체계적인 독서교육법을 시도해보려는 의지는 가졌지만 신뢰할 만한 정보는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책의 장르나 대상연령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포괄적으로 평가해왔다. 하지만 변화된 상황에 맞게 지면을 혁신하려고 한다.

▶이성실=동화작가 겸 그림책 전문사이트 '애기똥풀의 집' 운영자인 허은순씨의 칼럼은 미술.생태환경 등에 관한 책까지 폭넓게 다루면서 그림책 전반에 대한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 편견을 깨뜨려주는 역할을 훌륭히 해왔다.

일본 작가 안노 마쓰마사의 '수학 그림동화' 시리즈처럼 글자는 적어도 철학적 깊이는 중학생 독자까지 아우를 수 있고 부모들도 얼마든지 함께 즐길 만한 책도 있는데 일반적으로 그림책은 초등학교 저학년생 이하나 보는 것으로 생각한다.

▶허병두=젊지만 아동문학평론계의 핵심 필자인 원종찬씨의 칼럼도 끝났다니 아쉽다. 초등학교 고학년용 양서들도 많이 소개해줘 좋았다. 특히 창작동화에 대한 애정을 공감할 수 있었다.

▶사회=문제는 아동출판시장이 기형적인 형태로 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5.6세 유아와 초등학교 저학년용 책들이 주로 나오고 있는데, 번역서의 경우엔 이미 과포화 상태가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이성실=요즘엔 2류 작품들도 많이 수입되고 있다. 아무리 1류 작가의 작품이라 해도 그 작품들 수준이 다 같은 건 아니다. 또 영아기의 경우 아기가 흥미를 느끼고 장난감처럼 갖고 놀면서 볼 만한 그림책 몇 권만 있으면 충분한데, 젊은 부모들이 임신했을 때부터 비싼 전집류를 덜컥 사놓곤 한다.

그러다보니 출판사들도 촉각책 등 다양한 영아용 단행본을 개발하는 대신 외국에선 단행본으로 나온 책들조차 세트로 묶어 일괄판매하려 한다.

▶허병두=중.고등학생 대상의 출판시장은 더욱 딱한 상황이다. 여러 단체에서 청소년들을 위한 좋은 책 선정 위원으로 일해봤는데, 쉽게 쓰인 일반인 대상의 교양서들을 포함하지 않으면 선택의 여지 자체가 없었다.

"순수하게 청소년용 책이란 것이 존재하는가" 라는 논의도 있지만, 나는 청소년들의 눈높이에서 사춘기의 고민을 함께 풀어나가고 현실의 삶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책이 분명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개발의 여지가 많을 것이다. 쉽게 말해 요즘 마케팅 분야에서 떠오른지 오래인 10대들의 시장 규모를 떠올려보자.

▶이성실=특히 1318시기는 한 인간의 삶 중 결정적인 과도기가 아닌가□ 출판계가 여기에 주목해야 하고, 매체들도 양질의 리뷰를 해야 옳다. 이 시기의 독서 내용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내 자신이 좋은 사례다.

사실 어렸을 땐 문학도가 될 줄 알았는데 공상과학소설을 너무 많이 읽다보니 지구의 미래를 구하기 위해선 꼭 과학자가 돼야겠다고 생각해 이공계 대학에 진학했다(웃음). 나중에 환경운동단체 일을 하면서 환상이 깨졌다.

▶사회=그래서 어린이책 리뷰면을 그런 도서 정보의 장(場)으로 활용해보려는 것이다. 우리도 한정된 지면 속에서나마 무제한 변신을 통해 양질의 정보를 가공하려 노력하겠으나 두 분의 좋은 칼럼에도 기대를 한다.

▶허병두=아이들에게 막연하게 "책을 읽으면 좋다" "나중에 이런 책이 기억에 남더라" 고 말할 것이 아니라 왜, 어떻게 좋은지 구체적으로 설명해줄 수 있어야 한다.

학교 도서관을 운영하는 실무자로서, 끊임없이 학생들을 대하는 교사로서 얻은 사례들을 바탕으로 독자와 쌍방향 대화를 나누는 칼럼을 써보도록 하겠다. 퀴즈 등의 형식도 과감히 도입해볼까 한다.

▶이성실=영화비평처럼 다양한 문체도 배울 필요가 있다. 주방장이 자신의 요리법을 설명하듯 어린이책 기획자로서 책을 만드는 과정과 현장에 관해 얘기해주는 것도 독자에게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사회.정리=김정수,

사진=김성룡 기자

허병두

▶1961년생

▶서강대학교와 같은 대학원에서 국어국문학 전공

▶87년부터 고등학교 국어 교사로 근무 중(현재 서울 숭문고)

▶98년 3월∼2001년 3월 교육방송 청소년 전용 독서프로그램 ‘책과의 만남’ 진행

▶저서=『열린 교육과 학교 도서관』(고려원미디어·93),『문제는 창조적 사고다』(한겨레신문사·96),『신문활용교육이란 무엇인가』(중앙일보사·97) 등

이성실

▶1963년생

▶숙명여자대학교 화학과 졸업

▶∼94년 환경단체(현재 환경운동연합),환경 다큐멘타리 방송작가 활동

▶∼2001년 어린이도서연구회(사무총장 역임)

▶CD롬 타이틀 ‘숲으로 가자’ 등 기획·저작,『여우누이』(보림·97) 등 지음,『네가 무당벌레니?』(다섯수레·2000) 등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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