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랑이 칼·가위 사면 할인해 드려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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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혼수를 마련할 때 몇 가지 금기가 있다. 흔히 칼이나 가위는 신부 쪽에서 장만하지 않는 물건으로 꼽힌다. 이들은 무엇인가를 자르는 데 쓰이기 때문에 ‘신부가 사면 신랑과의 인연이 끊어진다’는 속설이 있기 때문이다. 이들 제품은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 같은 것이니 서로 아끼며 살라’는 의미에서 시어머니가 사주는 게 일반적이다. 선풍기나 에어컨도 신부 쪽에서 준비하지 않는다. 신랑이 ‘바람’을 피울지도 모른다는 ‘연상작용’ 때문이다.

결혼 시즌을 맞아 이런 금기사항들을 활용한 ‘터부 마케팅’이 한창이다. 신세계백화점은 직원용 사내 게시판에 ‘고객응대요령-혼수와 관련된 속설들’이란 게시물을 올려놓고 직원들에게 다양한 금기사항들을 소개해 이를 영업현장에서 활용하고 있다. 대학수학능력시험 등 시험과 관련한 금기사항을 정리한 게시물도 있다.

실제로 이를 제품 판매에 활용하기도 한다. 신세계백화점 본점·경기점은 이달 말까지 독일 식기 브랜드 헨켈의 혼수용 칼·가위 세트를 구입하는 신랑 측 고객에게 제품 값의 20%를 할인해 준다. 결혼 청첩장을 가지고 와 신랑 측 고객임을 확인받으면 된다. 이 회사는 또 청첩장을 가지고 에어컨을 구입하러 온 남자 고객에게 구매금액의 3%를 상품권으로 주는 행사도 다음 달부터 열기로 했다.

이 회사 김기봉 마케팅 팀장은 “이런저런 금기와 속설에 대해 믿을 게 못 된다고 생각하는 고객들도 있지만, 우리는 이를 마케팅에 활용하고 있다”며 “예비 신혼부부들도 이런 속설 마케팅을 잘 활용하면 저렴한 값에 혼수를 장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수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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