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저수지 '인명구조장비함' 구명 1등 공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지난달 31일 오후 5시20분. 경산시 삼정저수지에서 술을 마신 이모(32)씨가 수영을 하고 있었다. 물속을 헤엄치는가 싶던 이씨가 갑자기 물속으로 가라앉았다 떠오르며 "사람 살려" 하고 고함을 지르기 시작했다.

인근에 있던 주민 박정덕(32)씨가 이씨의 고함소리를 듣고 주위를 둘러보다 '인명구조장비함' 을 발견, 안에 들어 있던 구명환에 로프를 묶어 저수지로 던졌다. 이씨는 이를 잡고 나와 목숨을 구했다.

경북지방경찰청이 여름철 물놀이 익사사고를 막기 위해 설치한 인명구조장비가 귀중한 생명을 구하는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

이는 경북경찰청이 여름철 익사사고가 잇따르자 궁여지책으로 만든 것이다. 경북경찰청은 지난달 10일 로프.구명환.구명동의 등이 든 장비함을 피서객들이 몰리는 경북지역 하천이나 저수지 1백41곳에 설치했다.

노란색의 알미늄함에 '긴급구조장비' 라고 써놓은 장비함은 잠겨 있지 않아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이 장비함 덕에 올 여름 4명이 목숨을 구했다.

장비함의 가격은 함 제작비와 장비를 합쳐 30만원 정도. 해당 지역 시.군청에서 부담한 것도 많지만 포항북부경찰서 기계파출소는 폐타이어의 튜브를 구입해 사고 우려가 있는 강가에 배치해 큰 돈이 들지는 않았다.

경북경찰청 김종길(金鍾吉)방범과장은 "지역 피서지에서 물에 빠진 사람을 한명이라도 더 구하자는 뜻에서 구조장비함을 설치했다" 고 말했다.

홍권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