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계형만 노출…껍데기뿐인 과외신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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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경남 거창군에 사는 과외 교사 A씨(40)는 고교생 한 명에게 수학을 가르치면서 월 1백50만원을 받는다고 지역 교육청에 신고했다.

서울 강남지역에서 고교생 한 명에게 같은 과목을 가르치는 B씨(34)의 월 교습료는 3만5천원. 두 지역간의 과외금액은 40배 이상 차이가 난다.

교육인적자원부의 조사 결과 전체 초.중.고교 학생의 66%가 과외를 받는다는 서울 강남.서초지역에서 초등학생을 가르치는 과외교습자들의 최고 월 과외 신고액은 50만원. 신고액이 사실대로라면 강남지역 과외 교사들은 월 최고액이 60만원인 경기도 평택지역보다도 적게 버는 예상밖의 결과가 나온 셈이다.

지난 7일 마감한 과외교습자 신고제 집계 결과 지역간 신고금액 격차가 크게 났다. 또 고액과외가 기승을 부리는 대도시 지역의 불성실.축소 신고가 두드러졌다.

전국적으로 1만5천2백20명이 과외교습을 신고해 1주일 전 3천4백31명의 네배로 늘어나긴 했지만 고액과외 신고 기피는 여전했다. 월 1백만원 이상을 번다고 신고한 과외 교습자는 전국에서 단 5명뿐이었다.

신고하지 않으면 세무조사를 하겠다는 교육 당국의 엄포를 비웃듯 고액 과외는 숨고, 생계형 소액 과외만 드러난 것이다.

교육부 집계 결과 전국에서 월 최고 교습료로 10만원 미만을 버는 교습자는 9천6백74명으로 신고자의 63.6%였다.

10만~20만원이 3천6백73명(24.1%), 20만~30만원이 1천2백19명(8.0%), 30만~50만원이 5백89명(3.9%), 50만~70만원이 56명(0.4%), 70만원 이상은 9명(0.06%)으로 고액과외 신고는 매우 저조했다.

전국 최저 신고액은 대전에서 초등학생에게 한문을 가르치면서 종이값으로 월 2천5백원을 받는 주부의 경우였다.

신고 대상에서 제외된 대학생들은 주당 2시간씩 가르칠 경우 평균 15만~30만원을 벌고 있다. 이에 따라 일반 소액 과외교습자들만 번거로운 신고 절차를 밟고 세금납부를 해야 하는 불합리한 구조에 대한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강남교육청 관계자는 "신고자의 60% 정도가 여성이었고, 그나마 부업삼아 하는 주부들이 대다수여서 고액과외는 그다지 많지 않았다" 고 말했다.

교육부는 이에 따라 국세청.경찰청과 합동으로 과외 미신고자들이 집중적으로 몰려 있을 것으로 보이는 서울 강남과 신도시 지역 일대에 대해 집중적인 단속을 벌일 계획이다.

강홍준.이후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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