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외압 여부 밝혀질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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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인천공항 유휴지 개발사업자 선정과정의 외압 의혹사건이 급진전되고 있다. 스포츠서울21 윤흥렬(尹興烈)사장에 대한 검찰의 고소인 조사가 8일 시작되면서다.

尹씨의 인천지검 출두는 강동석(姜東錫)공항공사 사장의 에어포트72 편들기 의혹을 제기한 이상호(李相虎)전 사업단장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지 하루 만이다. 급속히 번져가는 의혹을 하루라도 빨리 차단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청와대는 청와대대로 신속히 움직였다. 국중호(鞠重皓)행정관에 대해 사표를 종용하고, 그가 불응할 경우 중징계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의혹을 받아온 강동석 사장도 이날 李전 단장에 대한 고소장을 인천지검에 냈다. 역시 명예훼손 혐의다.

◇ 외압 의혹 얼마나 밝혀질까=명예훼손 고소사건 수사는 명예훼손 여부를 가리기 위한 최소한의 범주로 제한되는 게 통례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李전 단장이 강동석 사장의 압력과 청와대 鞠행정관의 청탁성 전화를 폭로한 상태여서 '외압' 에 대한 수사가 어느 정도 이뤄질 수 있는 상황이다. 다만 지금까지 제기된 의혹들이 풀릴 만큼 명쾌하게 판가름날지는 아직 미지수다.

이번 사건이 공공사업과 관련돼 있고 명예훼손 판단이 고의성을 커다란 잣대로 삼고 있어 李전 단장의 명예훼손 혐의가 약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다. 따라서 검찰 수사가 의혹의 실체를 파들어가기보다는 드러난 사실로 명예훼손 여부를 가리는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李전 단장은 "언론에 밝힌 내용은 모두 사실" 이라며 "검찰 수사에서 모든 것이 명백히 밝혀질 것" 이라고 말했다.

◇ 과연 姜사장 소신인가=姜사장의 심사기준 변경 요구가 그의 말대로 수익성을 고려한 소신이었는지, 아니면 외부의 로비나 압력에 의한 것이었느냐도 이번 사건의 핵심이다.

姜사장은 세차례에 걸쳐 평가위원단이 원익의 손을 들어줬는데도 에어포트72 선정을 고집하는 듯한 입장을 드러냈다. 특히 오랜 건설 경험을 통해 사업자 선정의 원칙을 잘 알고있을 그가 1차평가에서 우선협상자로 결정된 업체에 대해 결격처리 검토를 요구하는 듯한 발언까지 한 것은 "공항 수익 극대화를 위한 것" 이라는 주장에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평소 업무와 관련해 잡음이 나는 것을 극도로 꺼렸다는 평판에 비추어볼 때 뭔가 사정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문도 뒤따른다.

◇ 鞠행정관 전화내용 뭔가=鞠행정관은 李전 단장에게 전화한 것을 "공정하게 처리하라" 는 의미였다며 청탁이나 압력설을 부인하고 있다.

그럼에도 청와대는 그를 신속히 '조치' 했다. 보기에 따라 뭔가 개운치 않은 점이 있음을 감지한 것처럼 해석되는 대목이다.

李전 단장은 그가 "姜사장과 충분히 이야기했으니 에어포트72를 잘 봐달라고 했다" 고 주장한 바 있다. 사실이라면 단순히 처리과정에 관심을 표한 것으로 보기 힘든 부분이다.

특히 두번째 전화에서 "압력을 넣었다고 떠벌리지 말라" 고 했다는 부분은 그런 의혹을 더해준다. 따라서 초점은 그의 전화가 특정업체와 연결된 행위였는지에 맞춰진다. 특히 에어포트72의 핵심업체인 스포츠서울21의 대표가 여권 실세의 인척인 尹씨라는 점에서 의혹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김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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