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주변개발 사업자 선정…번지는 외압 의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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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인천국제공항 주변 유휴지의 개발 사업자 선정과정에서 불거진 인천공항공사 고위 관계자간의 갈등이 정치권의 외압 의혹으로 번졌다.

개발 사업자 선정 책임을 맡았던 이상호(李相虎)전 개발사업단장(이사)이 "청와대 행정관이 특정업체를 거명하며 청탁 전화를 했다" 고 주장한 데 대해 청와대측은 "청탁은 아니었다" 고 반박하고 있다.

전화 내용이 어떤 것이었으며 무슨 취지였는지는 청와대가 현재 휴가 중인 행정관을 불러 조사하면 더욱 명확하게 드러나겠지만, 정치권에서 쟁점화하는 등 파문은 당분간 지속될 것 같다.

이처럼 '권력형 압력' 논란이 빚어지고 있는 것은 개발 사업자 선정에 참여했다가 탈락한 업체가 여권 실세의 인척이 대표로 있는 업체인데다가 공항공사 강동석(姜東錫)사장이 선정과정에서 이 업체를 의식한 듯한 발언을 해왔기 때문이다.

◇ 잇따른 외압 외혹 폭로=李이사는 "원익과 에어포트72에 대한 1차 심사를 마친 뒤 두번에 걸쳐 청와대 민정수석실 국중호 국장(행정관)이 전화를 걸어 '姜사장과는 이야기를 충분히 했으니 2순위 업체인 에어포트72를 잘 봐줬으면 좋겠다' 고 말했다" 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姜사장은 "鞠국장과는 알고 지내는 사이지만 이번 사업과 관련해 어떤 얘기도 나누지 않았다" 고 말했다.

李이사는 "토지 사용료 3백25억원을 제시한 원익이 1천7백29억원을 제시한 에어포트72를 제친 1차 심사 결과가 나오자 姜사장이 지난달 16일 평가위원단에 재평가를 요구하며 '사장 직권으로 어에포트72를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하겠다' 고 말했다" 고 밝힌 바 있다.

姜사장은 "재평가를 요구하는 자리에서 사장 직권으로 2순위 업체를 우선협상 대상자로 결정할 수 있는지 법률적 조언을 구하겠다고 한 사실은 있어도 특정업체를 선정하겠다고 한 적은 없다" 고 말했다.

◇ 평행선 달리는 양측 주장=유휴지 개발 사업과 관련해 불거지는 의혹은 크게 ▶姜사장이 에어포트72의 선정을 위해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는가▶에어포트72를 지원하기 위한 정치권의 개입은 있었는가의 두가지로 압축된다. 아직까지 분명하게 드러난 것은 없다. 주장이 있을 뿐이다.

압력설의 근거로 李이사는 심사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姜사장이 에어포트72에 유리하게 배점 기준을 조정하려 했다는 부분을 제시하고 있다.

李이사는 또 姜사장이 우선협상 과정에서 2순위 업체인 에어포트72가 제시한 수준의 사용료를 협상 조건으로 제시하고 원익이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에어포트72와 다시 협상에 나서겠다고 공공연히 밝힌 점에 의혹이 있다고 주장한다.

姜사장은 "원익의 사업계획서에는 종토세 등에도 못미치는 사용료를 제시하고 있어 토지 사용료 점수의 변별력을 높이라고 지시한 것" 이라며 "모두 수익성을 염두에 두고 한 말" 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주변에서는 그동안 8조원 규모의 공항 신축공사를 해오면서도 마찰이 없던 두 사람이 당초 특별한 수익성을 기대하지 않았던 사업을 놓고 충돌한 점을 들어 뭔가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외압 추측은 에어포트72 컨소시엄의 대주주인 스포츠서울21의 대표가 민주당 김홍일 의원의 처남인 윤흥렬씨여서 더욱 커지고 있다. 그러나 "姜사장이 에어포트72를 언급하며 심사기준을 변경하라고 했다" 는 李이사의 주장에 대해 姜사장은 "그런 일이 없다" 고 반박하고 있다.

◇ 전망=수사 당국의 본격적인 수사가 이루어지지 않는 한 '외압 공방' 은 논란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스포츠서울21측이 명예훼손 혐의로 李이사를 고소해 수사가 이루어지더라도 李이사 발언의 명예훼손 여부가 초점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김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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