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5기 왕위전] 이창호-조훈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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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완벽한 조심성…감탄 나오는 白84

제5보 (80~93)=흑도 약점이 있어서 백△들이 바로 움직일 수 있다는 극단론마저 있었다. 하지만 장고를 끝낸 李왕위는 훨씬 멀리 떨어진 80에 돌을 갖다놓고 있었고 이 수를 본 프로들은 "과천서부터 기네.

중앙집은 다 준다는 얘기야" 하고 감탄사를 터뜨린다. 李왕위가 이처럼 조심하자 관전객들은 두가지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

백은 중앙을 조금만 삭감해도 될 만큼 형세가 좋구나 하는 것과 중앙 흑은 생각보다 철벽이어서 가까이 갈 수 없는 존재라는 것.

曺9단이 11분 만에 81로 뛰어나가자 백은 곧장 82. 여기서 曺9단이 83에 두었는데 李왕위가 노타임으로 84 몰아버리는 바람에 검토실에선 다시금 "야!" 하는 감탄이 낮게 터져나온다.

백이 A로 이으면 흑은 B로 뛰는 정도일 것이다. 그런데 李왕위는 아낌없이 84로 몰아버렸다.

"이으면 젖히고, 막으면 끊는다는 얘기인가. "

"그런 얘기지. 아닌 게 아니라 막상 끊기면 골치아프네. "

백A에 흑은 B가 아니라 C에 젖히고 백이 막으면 끊는다는 얘기를 하고 있다. 그렇더라도 84에 내재된 완벽한 조심성과 계산은 놀라웠다.

85에 잇고 점심시간.

오후 2시에 속개돼 15분의 장고 끝에 86이 떨어졌다. 검토실의 예측은 또 빗나갔다. 최소한 D의 급소를 칠 줄 알았는데 李왕위는 곱게 중앙을 원호하는데 그친 것이다.

그러나 다음의 한수는 맞췄으니 바로 88이다. E의 붙임도 좋은 수지만 87까지 온 이상 88은 단순한 실리가 아니라 생사의 근거가 된다.

박치문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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