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러 정상회담과 관련, 정부 당국이 촉각을 곤두세운 점은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의 서울 답방 결심에 어떤 영향을 줄지 여부다.
비록 모스크바선언에 서울답방과 관련한 구체적 언급은 없지만 제7항은 6.15 남북 공동선언과 '외부간섭이 없는 북남대화의 지속' 에 대한 지지를 강조하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5일 "두 정상이 6.15 합의 이행을 희망한다는 내용을 논의했기 때문에 2차 남북 정상회담에 대한 약속이 있었다고 본다" 며 기대를 나타냈다.
특히 제 5항에서 러시아가 북한의 전력부문 등의 재건계획과 관련, '외부의 재정원천을 인입시킨다' 는 표현을 한 대목이 눈길을 끈다.
이 대목은 러시아가 한국에 진 빚(18억달러)을 러시아의 북한에 대한 철도.전력지원과 연계시켜 해결하자는 의도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런 북.러측의 구상에 우리 정부가 긍정적 신호를 보낼 경우 金위원장의 답방을 성사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비관적 견해도 없지 않다. 우선 '대북지원이 지나치다' 는 비난에 시달려온 정부가 이런 북.러구상에 쉽게 동의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게다가 다음달 20일께 장쩌민(江澤民)중국 국가주석의 방북이 예정돼 있고, 이번에 푸틴 대통령의 평양방문을 재초청하는 등 金위원장의 외교일정이 상당히 빡빡한 것도 변수다.
특히 金위원장 답방에 또 다른 변수인 북.미대화 재개도 아직은 불투명하다.
모스크바 선언이 미국의 미사일 방어(MD)계획에 대한 반대입장을 담고 주한미군 철수를 강조하고 있는 대목은 아직 북.미 양측이 대화준비가 되지 않았음을 반영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영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