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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호 기자의 e-스토리] 삼성 수퍼 스마트폰 아이폰 콤플렉스 씻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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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삼성전자는 지난달 말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이동통신 전시회(CTIA)’에서 수퍼 스마트폰 ‘갤럭시S’(사진)를 공개했다. 신종균 사장은 “세계 스마트 라이프 시대를 이끌어 갈 명품”이라고 소개했다. 미국 애플 ‘아이폰’의 대항마라는 구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탑재했다. 4인치(10㎝) 초고화질 아몰레드(AMOLED) 화면과 1㎓(기가헤르츠)의 초고속 프로세서도 달렸다. 세계 최고 수준의 정보기술(IT)과 부품의 결정체다.

이르면 다음 달 말 미국부터 출시될 갤럭시S를 며칠 전 구해 만져봤다. 통화·인터넷·문서 등 기본 기능은 물론 음성인식과 위치정보 등 첨단 모바일 서비스가 뜸들이지 않고 시원스레 작동됐다. 아이폰보다 뭔가 뒤진다던 ‘옴니아2’의 한계를 뛰어넘는 스마트폰이었다. 미국 IT미디어인 시넷은 동영상 시연을 통해 갤럭시S를 ‘탁월하다(excellent)’고 평했다. 고성능은 기본이고 화면이 탁 트인 느낌이 나면서 얇고 가볍다는 칭찬까지 곁들였다. 두께(9.9㎜)와 무게(118g)가 아이폰(12.3㎜, 135g)보다 얇고 가볍다. 초당 9000만 번의 그래픽 처리 속도는 기존 스마트폰보다 최고 12배 빠르다. 제품명의 ‘S’는 스크린(초고화질 대화면)·스피드(초고속 처리장치)·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강점을 상징한다고 한다.

갤럭시S는 아이폰을 꽤 닮았다는 평도 듣는다. 스마트폰에서도 ‘애니콜 신화’를 이어가기 위해 경쟁 상품을 집중 연구한 때문이다. 핀란드 노키아에 이어 세계 2위 휴대전화 회사(지난해 시장점유율 19.5%)가 된 삼성전자는 떠오르는 스마트폰 시장에선 5위(점유율 3.7%)의 성적표를 냈다. 옴니아2는 마케팅 지배력이 있는 내수시장에서 반 년간 60만 대를 팔아 체면을 세웠지만, 국내 출시 넉 달 만에 50만 대를 팔아치운 아이폰의 기세가 인상적이다.

삼성전자가 아이폰과 힘겨운 싸움을 벌이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하다. 쇼트트랙(하드웨어·HW)만 열심히 해온 선수(삼성전자)가 피겨(소프트웨어·SW)에서 당장 좋은 성적을 낼 수 있겠는가. 애플은 창사 후 맥·아이팟에서 최근 아이패드에 이르기까지 33년 간 창조적 아이디어와 소프트파워로 승부해 온 피겨 선수다. 그런데 휴대전화 시장에도 HW가 아니라 SW가 경쟁력의 원천인 시대가 됐다. 애플리케이션 장터를 결합한 감성 기기 아이폰이 어느덧 시장지배자로 떠오른 연유다. 그동안 품질 좋은 물건을 제때 내놓아 글로벌 시장을 개척해 온 한국 기업들엔 새로운 도전이다.

상황이 바뀌자 삼성전자는 ‘우리의 장점(HW)을 최대한 살리고, 남의 강점(SW)을 전폭 수용한다’는 전략으로 서둘러 갤럭시S를 개발했다. 4인치 아몰레드 등 삼성의 알짜 HW 기술력을 총동원했지만 OS는 독자개발한 ‘바다(bada)’가 아닌 구글 안드로이드를 택했다. 입력 방식도 기존의 감압식(손가락 압력으로 작동)에서 아이폰처럼 감도가 낫다는 정전식(전류로 작동) 터치스크린을 도입했다. 매끄러운 표면으로 명품 냄새를 물씬 풍기는 디자인이나 주요 메뉴를 한눈에 보고 간단히 작동하는 초기화면도 아이폰을 떠올리게 한다. 갤럭시S가 휴대전화 강국의 명성을 되찾게 해줄지 궁금하다.

이원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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