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이름 ‘엄마’지고 ‘과학’뜨고 … 경기 좋아졌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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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CJ제일제당은 이달 초 출시한 튀김 가루의 제품명을 ‘백설 기름을 적게 먹는 건강한 튀김가루(왼쪽 사진)’로 정했다. 튀김의 맛은 유지하면서도 튀김 옷에 배어드는 기름의 양을 40% 줄였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연구개발에만 2년여의 시간이 들었다. 이 회사는 지면광고 등에도 이 점을 집중적으로 알릴 계획이다.

대상은 지난 2월부터 대형트럭을 개조한 이동식 부엌으로 전국을 돌며 자사의 ‘청정원 카레여왕’을 알리고 있다. 제품의 맛을 알리는 것 못지않게 손쉽게 카레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자체 개발한 ‘스노 과립’ 공법을 적용해 카레 분말이 물에 잘 풀어지기 때문이다.

식품업계에는 “제품명을 보면 그해 경기를 짐작할 수 있다”는 속설이 있다. 불경기일 때에는 ‘엄마’ ‘가족’ 등의 단어가 담기는 경우가 많아지고, 반대의 경우엔 제품 자체의 우수성을 강조하는 ‘과학적인’ 이름이 늘어나는 게 일반적이다. 실제로 금융위기를 겪었던 지난해에는 ‘엄마’를 강조하는 제품이 많았다. 올 들어서는 경기 회복 기대감이 커지면서 제품의 객관적인 정보를 알리면서 소비자의 이성에 호소하는 마케팅이 늘고 있다.

한국야쿠르트는 지난달 ‘신선한 하루 하루우유 성장프로젝트 180(오른쪽 사진)’이란 이름을 단 어린이 우유를 출시했다. 우유팩 겉면에는 ‘뼈의 성장에 도움을 주는 물질이 계란 15개 분량만큼 들어 있다’는 내용을 적었다. 제품의 기능을 강조한 이 제품은 출시 한 달 동안 15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어린이 전용 우유 시장 4위권 진입을 노리고 있다. 제품을 만들 때 적용된 기술의 우수성을 강조해 제품을 부각시킨 경우도 있다. 농심 둥지냉면은 면을 튀기지 않고 바람에 말렸기 때문에 조리하면 면발이 살아난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강조했다. 이 제품은 올 1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의 두 배를 기록했다.

소비자 신뢰를 높이기 위해 광고에 제품 개발에 참여한 연구진을 등장시키기도 한다. 롯데제과 헬스원의 건강식 ‘다이어트 마테’는 공동 연구진인 서울 백병원 강재헌 교수(가정의학과)를 마케팅 전면에 부각시켰다. 의사라는 직업이 주는 이미지를 활용해 제품에 대한 신뢰감을 높이기 위해서다.

서울대학교 김난도 교수(소비자학과)는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 당시 아빠와 가족을 강조한 제품이 많았다면 지난해는 유독 모성을 떠오르게 하는 것들이 많았다”며 “경기 회복이 본격화하는 올해는 감성적인 이름보다는 합리적이고 이성을 강조한 것들의 증가세가 뚜렷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수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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