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산재 덮여 … 유럽 하늘길 마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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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슬란드 에이야프얄라요쿨에서 14일(현지시간) 화산이 폭발하면서 화산재가 섞인 검은 연기와 흰색 수증기가 하늘로 치솟고 있다. [에이야프얄라요쿨 로이터=연합뉴스]

유럽의 하늘길이 막혔다. 14일(현지시간) 아이슬란드 남부 에이야프얄라요쿨의 화산 폭발 때문이다.

17㎞ 상공까지 올라간 화산재가 바람을 타고 퍼지면서 15일 유럽의 주요 공항에서 연쇄 결항 사태가 벌어졌다. 아이슬란드와 가까운 덴마크·노르웨이·스웨덴·핀란드 등 북유럽 국가는 물론, 프랑스·벨기에·네덜란드·스위스에서도 항공기 운항이 취소됐다.

아이슬란드에서 2000㎞ 떨어진 영국에선 전국 공항의 기능이 한동안 모두 마비되기도 했다. 하루 1200편의 항공기, 18만 명의 승객이 이용하는 ‘유럽의 허브’ 런던 히스로 공항도 이날 오후 6시까지 응급 비행기를 제외한 모든 항공기 이착륙이 금지됐다.

유럽연합(EU)의 항공 안전을 담당하는 유로컨트롤은 유럽 전역에서 모두 4000여 편의 항공기 운항이 차질을 빚은 것으로 집계했다. AP통신은 “여행객 수만 명의 발이 묶였다”며 “최근 몇 년 내 최악의 항공 장애 중 하나”라고 보도했다.

화산이 폭발하면서 나오는 화산재는 칼날처럼 단단하다. 크기는 0.001㎜짜리부터 2㎜까지 다양하다. 항공기 엔진 속으로 빨려 들어가게 되면 뜨거운 열기에 녹았다 다시 굳으며 엔진의 작동을 방해한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1983~2000년 사이에 항공기가 화산재에 휩싸인 경우가 100건이나 발생했으며, 이 때문에 항공기 엔진이 멈춰 서는 사고도 있었다. 89년 12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을 떠나 미국 앵커리지로 가던 KLM 항공 867편의 경우, 화산재가 섞인 구름에 휩싸이면서 엔진 4개가 모두 꺼졌다. 비행기는 고도 7500m에서 3600m로 추락하다 간신히 엔진을 재점화해 참사를 면했다.

유럽의 항공기 운항이 언제 정상화될지는 미지수다. 아이슬란드 과학자들은 “화산재 분출이 며칠 혹은 몇 주간 계속될 수도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화산재를 실어 나르는 바람이 약해지거나 방향이 달라지면 유럽 공항의 결항 사태는 그보다 빨리 끝날 수 있다. 아이슬란드 기상청은 “모든 것은 날씨에 달렸다”는 입장이다.

에이야프얄라요쿨 화산은 지난달 1차 폭발을 한 데 이어 14일 오전 1시쯤 또다시 분출했다. 용암의 열기에 빙하가 녹아 내리면서 홍수까지 발생해 인근 지역 주민 800여 명이 대피 중이다.

김한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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