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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업체 빈병 회수 외면 심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8면

지난 6월 말 집들이를 치른 주부 송모(42.전주시 완산구 서신동)씨는 맥주 빈병 70여개를 한 달이 넘도록 아파트 베란다에 쌓아 놓고 있다.

병에는 분명히 반환하면 '50원' 을 돌려준다고 적혀있지만 송씨에게 맥주를 판 J할인마트에서는 빈병을 받아 주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그냥 버리자니 아깝고 집안에 쌓아두니 지저분 해 보이고… 요즈음은 무더운 날씨에 빈병만 처다 보면 짜증이 난다" 고 말했다.

빈병 회수 문제로 슈퍼.대형할인매장과 소비자간의 마찰이 부쩍 늘고 있다. 정부가 1991년부터 자원재활용을 유도하기 위해 실시하고 있는 '공병보증금제도' (소비자가 주류 등 유리병에 든 상품을 구입할 때 병값을 미리 지불했다가 판매업소에 돌려주면 해당 금액을 환불해주는 방식)가 삐걱거리고 있는 것이다.

판매업소는 소비자들로부터 병을 받아 제조업체로 돌려주면 병값의 10%를 수수료로 받도록 되어있다. 하지만 현행 수수료 5원(병값 50원×10%)만으로는 창고비용도 건질 수 없다며 지난해말부터 공병회수 참여를 기피하는 분위기가 싹터 현재는 전국적으로 확산됐다는게 환경관계 전문가들의 얘기다.

실제로 전주시 완산구 삼천동 U마트의 경우 빈병 반납을 일요일에만 받고, 익산의 G마트는 아예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구에서도 공병회수 시간을 매주 3차례 오후 5시이후로 제한하는 곳, 월요일만 받는 곳, 자기매장에서 샀다는 증거(영수증)이 있어야 받는다는 곳, "보관할 곳이 없다" 며 아예 거절하는 곳 등 가지가지다.

대전에 사는 김모씨(26.주부)도 "다른 곳에선 아예 반환할 엄두를 낼수도 없고 단골 슈퍼에 가도 빈병 한개당 25원으로 절반값만 되돌려주고 있다" 며 불평했다.

이에 대해 전주의 F마트측은 "주료회사에서 빈병을 수거해 가는 것은 한달에 2~3차례인데 매일 빈병을 받을 경우 많은 면적으로 차지해 매장에 팔 물건을 놓을 공간이 없어져 불가피하다" 고 말했다.

이 때문에 반납 못한 빈병을 집안에 쌓아놓고 끙끙거리다가 결국 한푼도 못받고 재활용 쓰레기로 버리는 사람도 많다.

이와관련 전북도 관계자는 "일부 할인매장들이 빈병 반납을 제때 받아 주지 않는 실태를 조사 하라고 시.군 통보했다" 며 "사실로 드러날 경우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 고 밝혔다.

전주=서형식 기자

사진=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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