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션 피플] 전남 담양 한동수씨 부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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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입양도 행복한 자녀 출생입니다.’

전남 담양군 담양읍 지침리에서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한동수(韓同洙 ·47) ·최정숙(崔丁淑 ·44)씨 부부가 사무실 바깥 유리창에 붙여놓은 글이다.

딸 셋과 아들 하나를 입양해 친자식처럼 키우는 韓씨 부부가 사무실을 지나가는 주민들에게 전하고 싶은 바람을 글로 담은 것이다.

현재 이들 부부는 비록 산고(産苦)를 겪진 않았지만 마음으로 낳은 요게벳(7 ·초등 1년) ·요안나(6) ·은혜(3)양과 효현(5)군을 기르고 있다.

친자식도 둘이나 있다.대학교와 고등학교에 다니는 요한(19) ·요셉(17)군은 이들의 든든한 형 ·오빠 역할을 하고 있다.

韓씨 부부가 자녀를 입양키로 처음 마음 먹은 것은 20년 전. 원하던 아들을 낳은 崔씨는 둘째를 임신하자 ‘이번에도 아들이면 딸을 입양해 키우겠다’는 서원(誓願)기도를 했단다.

둘째도 아들이 태어나자 입양 결심을 남편에게 밝혔다.

韓씨의 반응은 崔씨를 놀라게 했다.아예 딸 둘을 입양해 각자 한명씩 책임지고 예쁘게 키우자고 한술 더 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입양은 바로 이뤄지지 못했다.남편이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유치원을 개원하면서 미뤄졌다.

유치원이 안정적으로 운영되자 韓씨 부부는 입양 결심을 실천했다.

1995년 마침 부모로부터 버림받아 광주영아일시보호소에 머물던 요게벳을 입양하고 이듬해 요안나를 맞아들였다.

韓씨 부부는 “생후 5개월된 미숙아로 병치레가 잦았던 요게벳이 이젠 초등학교에 다니면서 말괄량이처럼 뛰노는 모습이 너무 대견스럽다”며 즐거워했다.

지난해에는 부모가 이혼하면서 자칫 보호시설로 갈 뻔한 효현·은혜 남매도 거둬들였다.

아이들 키우는 데 재미를 붙인 韓씨는 98년 방송통신대 유아교육과에 편입했고 이듬해에는 중앙대 대학원에 입학,이달에 대학과 대학원을 동시에 졸업한다.

석사학위 논문제목도 ‘입양아의 입양당시 연령,양어머니의 양육기간 및 역할 만족도와 애착안정성의 관계에 관한 연구’다.

“개구쟁이들과 함께 장난치는 시간이 가장 즐겁다”는 요한군도 부모님의 뜻과 사업을 잇기 위해 유아교육과를 선택했다.

韓씨는 “떳떳하게 잘 키우는 것이 양부모의 도리가 아니겠냐”며 “애들이 성장해 입양 사실을 알게 되더라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부모가 애정이 충분히 쏟고 이에 대한 준비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담양=구두훈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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