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투자의견' 달라 투자자들 혼란 가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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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증권사들이 수시로 내놓는 투자의견들이 서로 달라도 너무 달라 투자자들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현재 증권사들의 종목 투자의견은 보통 '매수' 와 '매도' 의견을 두 축으로 시장 대비 상대수익률에 따라 ▶시장평균 ▶시장수익률 상회 ▶시장수익률 하회 등으로 나뉜다.

그러나 주요 증권사가 종목 투자의견을 제시할 때 적용하는 시장대비 수익률 기준은 제각각이다. 게다가 투자등급을 온통 영문으로 표기하는가 하면, 같은 투자 등급도 증권사마다 다르게 부르고 있다.

투자의견이 수시로 바뀌는 것도 투자자들을 곤혹스럽게 한다. 통상 애널리스트들은 개별 기업의 실적 전망을 통해 기업의 가치를 구하고, 이를 업종 및 현재 주가와 비교해 적정주가를 산출한 다음 투자의견을 제시한다. 문제는 개별 종목과 업종마다 특성이 달라 적용 기준이 틀릴 수밖에 없는데 이것이 전적으로 애널리스트들의 자의적인 판단에 달려 있다는 점이다.

일부 애널리스트는 투자의견이 빗나갈 때 '단기 매수' (Trading Buy), '단기 이익실현을 위한 매도' (Trading Sell)라는 두루뭉실한 의견을 내놓는다. 투자자들의 원망을 피하기 위해서다. 증시 상황이 수시로 바뀌는데도 한결같은 내용의 보고서를 내놓기도 한다.

A증권사는 올 들어 삼성전자에 대한 투자보고서를 모두 27번 내놓았다.

보고서마다 주당순이익(EPS)등은 달랐어도 투자의견은 한결같이 '매수' 였다. 주식투자 경력 10년째인 K씨는 "30만원일 때도 매수더니 15만원일 때도 매수" 라고 불평했다.

투자의견이 일부 종목에 편중되는 것도 문제다. 금융정보 사이트인 Fn가이드에 따르면 상반기에 26개 증권사들이 내놓은 투자의견은 5백93개 종목에 대해1만2천3백87건에 달했다. 한 종목이 평균 20번 이상 분석된 셈이다. 이는 그외 종목에 대한 투자의견이 전혀 없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투자의견을 일정 수준 표준화하고 애널리스트에 대한 자격기준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리젠트증권 김경신 이사는 "펀드매니저들이 운용 전문인력 시험을 거치듯 애널리스트들도 자격기준을 검증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고 말했다. 그는 또 "증권연구원 등 공적인 기관에서 투자분석 보고서에 대한 공정한 평가를 할 필요가 있다" 고 덧붙였다.

김동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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