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5만개 신증설 시간 빠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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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공교육 환경 개선을 위해 2003년까지 초.중.고 학급당 학생수를 35명 이하로 줄이겠다는 '7.20 교육여건 개선계획' 은 과연 제대로 추진될 수 있을까. 교육인적자원부는 최대 난관인 12조원의 예산과 관련, 재정경제부.기획예산처 등 관련부처 실무자간 합의서까지 작성한 만큼 이번에는 제대로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학교신설 일정은 당초 2004년까지 초.중학교 학급당 학생수 35명, 고교 40명을 목표로 추진해온 터라 크게 앞당기기 어려운 실정.

이에 따라 교육부는 우선 기존학교의 학급증설 위주로 사업을 추진, 이후 학교가 신설되는 대로 학생들을 이동시킬 계획이다. 앞으로 늘어나는 학급수는 학교신설에 따른 3만5천개, 기존학교에서 증설하는 1만5천개 등 총 5만여개다.

◇ 9월부터 고교 공사=교육부는 1차적으로 고교부터 2002년까지 학급당 학생수를 감축키로 하고 이 달 중 시.도교육청의 수요조사를 토대로 예산을 교부, 오는 9월 말부터 전국 고교에 5천2백여실의 증축공사를 시작하도록 할 방침이다.

공사기간은 약 4개월. 당장 내년 3월 신학기에 학생을 수용하려면 상당히 빠듯하다. 각 시.도교육청은 학생수 자연 감소에 따라 유휴교실이 있는 학교는 이를 활용토록 하고, 나머지를 증축할 계획이다.

서울시 교육청은 고교에 1천3백60실을 증설, 1학년 신입생의 경우 평균 학급당 학생수 뿐아니라 최대 규모학급당 학생수도 35명이내로 감축하기로 했다. 초등학교와 중학교는 전국에서 2003년 각 5천8백실과 3천4백실을 증설할 계획이다.

◇ 경기도의 부지확보가 관건=새 학교는 올해 안에 공사가 끝나는 1백87개를 비롯해 전국에서 2004년까지 1천2백여개(초등 5백94개.중학 3백63개.고교 2백51개)를 열 계획이다. 이중 절반 가까운 약 6백개가 신도시 개발 등으로 학생수가 급증하는 경기도에 세워진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주택이 밀집한 기존 시가지의 신규 학교부지 확보가 가장 큰 문제" 라고 말했다. 경기도는 신설학교 중 1백20여개가 그린벨트에 예정돼 있어 건설교통부 등 다른 부처의 협조도 절실하다.

특히 초등학교는 중.고교와 달리 학생수가 꾸준히 늘고 있는 데다 근거리에 세워야만 하는 것이 어려운 점이다. 서울도 학교부지를 할당하지 않아도 되는 소규모 아파트나 다가구.다세대주택 신축으로 인구밀도가 높아진 지역일수록 부지가 부족해 지역간의 학급당 학생수 격차가 크 다.

◇ 학교형태도 달라질 듯=이런 사정으로 기존 학교와 다른 형태의 학교 신축이 적극 검토되고 있다. 서울시의 경우 현재에도 72학급인 한 초등학교는 학급증설만으로 학급당 학생수를 감축하면 무려 95학급의 초(超)과대 학교가 된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부지가 부족한 주택가에 학교를 신설하려면 이미 일부 개교한 운동장없는 학교 외에도 초등학생을 학년별로 따로 수용하는 저학년 분교 등이 도입돼야 한다" 고 밝혔다.

학교부지가 비교적 넓은 기존 고교 내에 병설 초등학교를 신축하거나, 중.고교를 이웃에 신축해 강당.도서관 등 학교시설을 공동으로 이용하도록 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 예산확보 거듭 당부=이에 대해 전교조 김대유 정책국장은 "계획대로만 된다면 교육여건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기회" 라면서 "교실수만 늘릴 것이 아니라 교실 내 양질의 교육설비 확보를 위해 과거 교육환경개선특별법처럼 교육세 중 용도를 지정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고 주장했다.

한국교총 황석근 대변인은 "정권이 바뀌어도 관련예산이 확보되느냐가 문제" 라면서 "목표달성에 치중해 학급증설을 위주로 추진할 경우 과대 학교 양산 등 교육적 역효과를 낳을 수도 있다" 고 지적했다.

이후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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