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수학 거꾸로 풀자' 참고서 인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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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현직 대학교수가 11년 동안 수학 과외교사 경험을 살려 펴낸 수학 참고서가 인기다.

경상대 물리학과 정원상(鄭元相 ·40 ·사진)교수가 최근 펴낸 ‘수능수학 거꾸로 풀자’(도서출판 미미)라는 두 권짜리 참고서는 지난 5월 인터넷 서점인 ‘알라딘’의 청소년 분야 도서 중 2위를 차지한 것을 시작으로 상위권을 지키고 있다.

그는 고등학생들로부터 ‘고맙다’는 팬레터도 매일 한 두통씩 받는다.

이 참고서에는 鄭교수가 수학 과외교사를 할 때 학생들이 쉽게 문제를 풀 수 있도록 가르친 요령과 비법이 가득하기 때문.

예를 들어 증명문제는 문제를 처음부터 정상적으로 푸는 것이 아니라 객관식 5개 답안을 거꾸로 집어 넣어 정답을 찾아내는 방법을 안내한다.

5지선다형인 수능수학 문제의 허점을 역이용 한 것이다. 鄭교수의 지도대로 문제를 풀면 시간을 10분의 1로 줄일 수 있다.

鄭교수는 서울대 무기재료공학과를 거쳐 한국과학기술원에서 석 ·박사 학위 과정에 다니는 동안 가난한 집안 형편 탓에 줄 곳 과외교사를 해야 했다. 박사과정 1년 때 결혼을 하는 바람에 과외교사는 생업이었다.

서울 강남에서 유명 과외교사로 통했던 그는 “현재의 수능시험은 수학의 창의력을 길러주지 못하며 전통적 방법으로 문제를 풀려는 학생은 오히려 손해를 보게돼 있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해 수능수학 1번 문제는 중학생 수준의 문제인데다 인수분해 공식도 까먹은 고등학생들이 수두룩한 현실을 예로 들었다.

“출제진들이 편법을 모르는 상태에서 기존 문제집을 짜깁기 하는 문제를 계속 출제하는 한 수학적 창의력을 기르는 것은 어렵습니다.”

그는 홈페이지에 공짜 수학과외를 개설해 고등학생들에게 수학을 가르치고 있다. 홈페이지에서 수학문제를 잘 푸는 학생들에게는 도서상품권도 선물해 준다.

“실수로 당락이 결정되는 현행 수능시험은 바뀌어야 합니다.깊이 생각하는 문제가 많이 출제돼 저의 참고서도 언젠가는 팔리지 않는 날이 오기를 바랄 뿐입니다.”

鄭교수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을 재미있게 설명한 ‘2천5백년 백설공주와 일곱 숏다리’(경문사)라는 책도 펴냈으며 중학생들이 수학에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안내서인 ‘꼬미 뚜미 또미의 만화수학’시리즈도 곧 펴낼 예정이다.

김상진 기자

사진=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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