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의원선거 압승 의미] 일본 자민당 독주시대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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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자민당의 참의원 선거 압승은 일본 정치에서 자리를 잡아가는 듯했던 양당제(兩黨制)의 붕괴를 의미한다.

제1야당이 종전보다 4석을 더 얻긴 했지만 목표인 30석 확보엔 실패했다.

공산.사민.자유당도 의석수가 줄어들었다.

◇ 자민당 독주 토대 마련=향후 일본 정치는 자민당을 중심으로 연립여당이 주도하고 약체 야당들이 지켜보는 형국이 되리라는 게 정치 관측통들의 대체적 지적이다.

여야간에 활발하고 건전한 견제가 이뤄지기보다 일당독주 현상이 일어난다는 뜻이다.

또 자신감을 얻은 자민당이 연립여당인 공명.보수당과 결별, 단독정권을 추진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일본 정치는 '자민당이 주도하고 군소여당이 곁다리로 따라가는' 과거의 이른바 '1.5당 체제' 로 되돌아가게 된다.

개표 직후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총리가 개혁정책 및 보수노선의 거침없는 추진을 선언한 것도 정국에 대한 이같은 자신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고이즈미 총리는 또 자신에 대해 국민이 신임을 보였다고 확신하고 있다.

사실 이번 선거에서의 자민당의 압승은 일단 고이즈미 총리의 개인적 이미지에 힘입은 바 크다. 당의 인기가 땅에 떨어지고 주가가 곤두박질 하는 등 집권여당으로선 최악의 상황에서 27개 선거구 중 25곳에서 승리를 거둔 것은 '고이즈미 선풍' 덕이라 할 수 있다. 이런 공로로 고이즈미 총리는 오는 9월의 자민당 총재선거에서 무투표 재선이 확실시됐다.

◇ 만만치 않은 반대세력=고이즈미 선풍이 거셌던 것은 사실이지만 자민당의 전통 조직이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자민당 최대 파벌이자 반(反)고이즈미 세력인 하시모토(橋本)파는 이번 선거에서 23석을 얻어 파벌의원수를 종전 1백1명(중.참의원 포함)에서 1백3명으로 늘렸다.

비례대표 후보에서는 옛 우정성 퇴임관료 출신 후보가 우정사업 관련단체의 전폭 지원으로 당선했다. 이들은 고이즈미 총리의 우정사업 민영화를 철저하게 반대하는 세력이다.

또 '고이즈미 개혁' 의 대상인 건설사업단체 및 일본유족회가 미는 후보들도 모두 당선했다.

이 때문에 자민당 승리의 기여도를 두고 '고6.조4' (고이즈미 60%, 조직 40%)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반면 고이즈미 총리가 소속돼 있는 모리(森)파는 60석에서 오히려 55석으로 줄었다.

이에 따라 고이즈미의 '개혁서슬' 에 잠시 목소리를 죽이고 있는 하시모토파가 언제 다시 견제세력으로 돌아설지 모르는 형편이다.

때문에 고이즈미 총리가 '스스로 거둔 성공의 희생자' 가 될 수도 있다는 조심스런 관측이 있다.

도쿄=남윤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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