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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뇌생산성 높여야 경제난 넘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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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위기의 한국경제는 생존할 수 있을까? 서민경제의 체감, IMF 때보다 어렵다는 것이 한결같은 목소리다. 사실 경제위기는 인류 역사에서 무수히 경험하는 일이다. 비단 우리만 겪는 일이 아니다. 미국.일본.중국도 수많은 위기를 경험했다. 단지 위기가 위험한 기회로서 좌절하느냐, 아니면 위대한 기회로서 성공의 밑거름이 되느냐의 문제다.

경제는 분명 생명체와 같다. 봄.여름.가을.겨울에 따라 변하고, 유년기.장년기.노년기에 따라 다르다. 쉽게는 마치 사람의 건강과 마찬가지다. 자기의 체질과 계절의 특성을 조화시키지 못하면, 건강에 위기가 오게 마련이다. 우리 경제의 체질이 오늘 세계경제의 계절적 특성에 맞지 않으면 우리 경제는 분명 위기일 수밖에 없다.

오늘 세계경제의 계절적 특성은 무엇인가? 과거의 논밭토지생산성의 농업경제, 공장기계생산성의 산업경제를 거쳐 오늘날 우리는 사람두뇌생산성의 지식경제시대에 살고 있다. 과거에는 농업생산성과 산업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연구에 많이 투자했다. 그렇다면 오늘날 두뇌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무엇을 연구해야 하는가?

창의성 교육, 영재 교육은 물론이지만 근본적으로 뇌과학에 대한 연구가 집중되고 있다. 가령 미국은 1990년대 '뇌연구 10개년 국가계획'을 세웠고, 일본은 21세기를 '뇌의 세기'로 선언하면서 일본의 대표적 연구기관인 이화학연구소(理化學硏究所)를 뇌과학연구의 중심연구소로 과감하게 개편했다. 물론 산업구조도 지식산업구조로 획기적으로 개편하고 있다. 이 같은 노력 자체가 국가 경제체질을 세계경제의 계절적 특성에 맞도록 개혁하는 과정이다.

그러면 두뇌생산성의 지식경제로 개혁하려는 우리의 구체적 노력은 무엇일까? 필자가 영재교육진흥법과 뇌연구촉진법을 의원입법으로 제정했지만, 우리는 현실문제에 얽매여 있는 안타까운 처지를 실감할 뿐이다. 세계경제 변화를 실감할 수 있는 두 가지 사실만 재삼 확인하자.

첫째, 세계무역기구(WTO)와 우루과이라운드의 핵심 분야가 농산품→공산품→지적재산권으로 옮겨가고 있으며, 유럽연합(EU).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등 경제블록도 점차 지적재산블록으로 변화하고 있고, EU는 이미 EU 특허청을 설립하기도 했다. 둘째, 오늘날 미국의 예를 보면 논밭.공장에서 생산되는 유형자산이 20%, 머리에서 생산되는 무형자산이 80%로, 기업 및 국가의 자산비율이 과거와는 정반대로 역전되었다.

이제 우리의 친구이자 경쟁자인 이웃의 변화를 실감하기 위해 중국과 일본을 확인해 보자. 우선 중국은 공산국유경제와 시장기업경제의 이념 갈등을 어떻게 극복했을까? 이념갈등에너지를 과학교육으로 흡수해 나라의 절대 파이를 키우고 일으키는 '과교흥국(科敎興國)'을 국가 좌표로 설정했다. 나아가 과학보급클럽을 만들어 4억1000만명의 초.중.고생을 회원으로 하여 두뇌생산성의 뿌리를 적극 육성하고 있다.

다음으로 일본은 중국의 기술 인해전술을 극복하기 위해 경쟁우위의 특허기술 확보가 국가의 명제다. 그래서 아예 '지적재산입국(知的財産立國)'을 국가 좌표로 설정하고 있다. 구체적인 전략으로는 첫째, 지적재산전략본부를 설치하고 고이즈미 총리가 직접 본부장을 맡고 있다. 둘째, 지적재산기본법을 제정해 기술판사.특허법원.로스쿨 등은 물론 국가 400항목 추진계획을 실천하고 있다. 셋째, 지적재산보험제도를 마련하고 지재권의 20만 최정예군, 700만의 지재권 민방위군을 양성하고 있다. 결국 일본은 지식경제를 위한 국가 좌표로서 지적재산입국을 선언했다.

그러면 우리는 현재의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어떻게 변해야 하나?

첫째, 지식경제를 지향하는 국가 좌표를 설정하자. 둘째, 국가좌표가 '(가칭)창조적 두뇌입국'이라면 대통령 직속의 '창조적두뇌입국전략본부'를 설치하자. 셋째, 새마을운동을 능가하는 국민정신운동으로서 1국민 1창조의 '국민창조운동'을 전개하자. 마지막으로 범부처 차원의 지적재산청을 만들고, 밖으로는 한.중.일 지재권공동체(知財權共同體) 구성을 주도해 세계경제의 지재권 블록화에 대비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세계 제일의 창조성을 가진 우리 국민에게 이념갈등의 장을 제공하면 지금의 경제위기는 지속될 것이며, 반대로 창조적 두뇌입국의 장을 제공하면 21세기형 생존전략으로 급부상하는 지식경제 구축을 위한 위대한 기회가 될 것이다.

이상희 대한변리사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