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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살 이하 영·유아 엄마가 키우게 해줘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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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우리나라의 경우 여성들의 직장 생존 비율이 남성에 비해 매우 열악한 것은 사실이다. 전문적인 자질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취업하기도 어렵거니와 설령 취업한다 해도 다음 관문인 육아 문제에 부닥치게 되면 전문인으로서의 성취욕구는 여지없이 무너지고 만다. 따라서 많은 젊은 여성은 아이를 출산해 양육하는 일에 매우 회의적이다.

내가 가르친 많은 졸업생의 고민 중 하나는'젊은 엄마의 철없음'에 대한 것이다. 즉, 비 취업모임에도 불구하고 아이를 늦게까지 기관에서 데리고 있기를 요구한다든가, 엄마의 휴가 기간 중에 아이의 점심 차리기가 귀찮다고 기관에 자녀를 보내는 일 등이다. 영.유아 관련 모든 기관에서는 어머니의 취업과 상관없이 점심식사를 제공하고 오후 2, 3시까지 영.유아를 데리고 있어야 이들의 탈퇴를 방지할 수 있는 현실이다. 요즘의 영.유아기 자녀를 둔 엄마들은 아이 키우는 일이란 누구나 할 수 있으며, 따분하고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인식에는 모든 여성의 사회 진출을 독려해 인력의 확보에만 초점을 둔 정부의 정책도 한몫하고 있다.

아이 키우기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그다지 긍정적이지 않지만 그래도 우리는 아이 키우기에 정성을 다해야 한다. 왜냐하면 영.유아기는 인지.정서.사회성.언어.신체 발달의 기초가 이뤄지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만 2세 이하의 아이에게 정성을 들이는 것은 공부하는 환경의 마련이 아니라 이들에게 행복감을 느끼도록 해주는 것이다. 엄마가 취업했을 경우는 어쩔 수 없다 하더라고 집에 있는 엄마만큼은 아이에게 많은 행복한 경험을 만들어 주도록 하자. 그리고 아이 키우는 것 때문에 나의 인생이 엉망이 됐다고 생각하지 말자. 그러기보다 육아기간을 새로운 직종 또는 직업을 준비하는 시기로 생각하고 자기 계발을 위해 노력하자.

정부는 2세 이하의 영아를 위해 많은 보육 시설을 확충하는 것보다 이들 엄마를 위해 휴직기간을 늘려주고 복직 후에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해 주며 시간제 취업을 보다 많이 늘리는 데 노력해야 한다. 독일의 경우 국가는 2세 이하의 자녀 양육을 위해 부모에게 제공되는 출산휴가를 3년까지 받을 수 있도록 제도화했다. 프랑스에서는 육아를 위해 직업을 그만두었을 경우 유아가 세살이 될 때까지 매달 약 48만원을 지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정부는 적어도 만 2세까지는 엄마가 안정적으로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를 마련함으로써 이들의 휴직.복직과 관련된 제도 수립에 관심을 갖는 것이 장기적으로 볼 때 국가 경쟁력 제고를 위해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김 영 주 청강문화산업대 유아교육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