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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가시고기' 주요 배역 물갈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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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연극 '가시고기' 가 새롭게 바뀐 모습으로 다시 무대에 오른다.

극단 산울림은 8월 10일~10월 14일 산울림 소극장에서 이 작품을 재공연하기로 했다.

최근 대중문학 논쟁의 뇌관이었던 조창인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가시고기' 는 희생적인 부성(父性)의 세계를 눈물나게 그린 작품. 지난 3~6월 공연돼 중년 관객들을 많이 울렸다. 연출은 산울림 극단.극장 대표인 임영웅씨다.

임씨는 재공연을 결정하며 주요 배역을 대폭 물갈이했다. 아버지 정호연 역은 안석환에서 박용수(45)로, 아들 다움 역은 이동근에서 정사랑(13.서울 남성초등학교 6학년)으로 교체했다. 전국환.최윤선은 각각 호연의 친구 민과장과 아내 하애리 역을 맡는다.

재공연의 '새로운 피' 박용수는 개성이 강했던 안석환보다는 부드러운 배우다. 그래서 외견상 훨씬 적역이란 느낌이 든다.

박씨는 "처음 대본을 보고 엄청 울었다" 며 "이래서야 어떻게 연기를 할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섰다" 고 말했다. 임영웅씨와는 1990년 사뮈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 (포조 역)에 이어 두번째 만남이다.

박씨는 "내 자식이 백혈병에 걸려 고생한다면 수술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장기(臟器)까지도 팔 수 있을 것 같다" 며 작품 내용에 공감했다. '가시고기' 는 이혼한 홀아비가 백혈병에 걸린 아들을 살리려고 애쓰다 간암 판정을 받고 죽는다는 줄거리다. 통속성으로 치장한 '최루(催淚)연극' 이다.

원작이 대중소설이란 점은 연극화 작업에도 제약이 될 수 있다. 은유와 상징을 바탕으로 한 추상성.철학성 등을 연극의 원형질로 생각하는 '중후한' 관객들에게 '가시고기' 식의 이야기는 신변잡기류의 TV드라마에나 적당한 가벼운 소재로 보이기 십상이다.

그러나 박씨는 '일상의 연극론' 을 내세워 이를 편견이라 비꼰다. 박씨는 "요즘 연극은 실생활을 딛고 서는 힘을 잃어 버렸다" 며 "현실과 밀착한 '사람 사는 이야기' 보다 더 극적인 것은 없다" 고 말했다. 바로 연극 '가시고기' 가 그런 작품이라는 이야기다.

박씨는 대학 동기인 영화제작자 유인택.영화감독 박광수 등과 함께 서울대 총연극회 출신으로 성악을 전공했다.

전공을 살려 '레미제라블' 등 뮤지컬 몇 작품에도 출연했으나 최근엔 연극.영화에 주력한다.

다소 박력이 없다는 세론(世論)에 대해 박씨는 "연극화법은 따로 있는 게 아니다" 며 "내가 자연스러운 상태, 그 속에서 모든 감정을 드러낼 수 있는 게 좋은 연기" 라고 밝혔다.

공연시간은 오후 7시30분, 수.토 오후 4시 추가, 일.공휴일 오후 3시.6시, 월 쉼. 02-334-5915.

정재왈 기자

사진=박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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