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세대 상징 MTV 어느새 20년 맞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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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비디오가 라디오 스타를 죽였네(Video killed the radio star)' .

MTV(Music Television)는 1981년 8월 1일 개국하며 첫 방송으로 록그룹 버글스의 이 노래를 뮤직비디오로 내보냈다. 이 의미심장한 노래로 이후 자신의 높아질 위상을 스스로 예견했던 것일까. 오는 8월 1일 개국 20주년을 맞는 MTV는 젊은 세대를 상징하는 일종의 문화 코드로 자리잡으며 전세계 대중문화의 지형도를 바꿔놓았다.

평론가들은 MTV의 등장을 60년대 록큰롤 열풍에 버금가는 사건으로 꼽는다. 일단 음악 감상 자체가 듣는 것에서 보는 것으로 바뀌었다. 또한 감각적인 것에 탐닉하며 즉흥적인 소비를 일삼는 영상세대의 탄생을 뜻했다.

MTV의 개국으로 일반화하기 시작한 뮤직 비디오는 이후 영화와 TV.드라마 등 다른 영상 장르에 큰 영향을 끼쳤다. 현란한 영상과 빠른 화면 전환 등 뮤직비디오의 특성을 담아내는 영화들이 제작됐고, 뮤직 비디오 감독들이 속속 할리우드에 진출하기도 했다.

마돈나의 '소녀처럼(Like a Virgin)' , 마이클 잭슨의 '스릴러(Thriller)' 등이 뮤직비디오의 걸작으로 꼽힌다. 이런 중간에 MTV는 뮤직 비디오의 선정성.가학성 등으로 인해 저질 문화의 첨병이라는 혹평을 받기도 했다.

MTV는 최근 뮤직 비디오 방영을 MTV베이스.VH1 등의 자매 채널로 넘기고 엔터테인먼트 채널로서 실제 상황 프로그램.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내보내고 있다.

미국의 한 케이블 방송으로 출발한 MTV는 현재 미국 내에서만 7천5백만여명의 시청자를 가진 공룡 방송으로 탈바꿈했다. 음반산업에 미치는 영향력은 두말할 필요가 없고 청년문화의 대변자, 문화 변동의 전초 기지라는 평가까지 나올 정도다. 심지어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MTV에 출연, 젊은이들의 선거 참여를 독려하기도 했다.

현재 MTV는 지구촌 20여개국에 계열사를 두고 있으며, 실제 방송 권역은 1백40여개국 3억3천만명에 이른다. 국내의 경우 케이블TV 음악전문 채널 m.net가 98년부터 MTV의 일부 프로그램을 방송해왔으나, 지난 1일 MTV 코리아를 개국하며 한국 시장에 직접 진출했다.

MTV 코리아의 김순철 사장은 "MTV 코리아는 기본적으로 현지화를 추구하기 때문에 한국 가요가 70%를 차지하고 있다" 며 "하지만 젊음과 열정의 상징이라는 MTV의 특성은 그대로 유지할 것" 이라고 말했다.

미국 MTV는 개국 20주년을 맞아 8월 1일 오전 8시부터 12시간 동안 지난 20년간 방송된 베스트 뮤직 비디오를 엄선하고, 오후 8시부터는 특별 공연을 내보낼 예정. MTV 코리아는 이 프로그램을 9월께 방송할 계획이다.

우상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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