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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쇼트트랙 선수 구타 파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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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 중국에서 벌어진 2004~2005월드컵 쇼트트랙 2차 대회에서 남녀 10개 종목 가운데 9종목 우승을 휩쓸고 지난 1일 귀국한 쇼트트랙대표팀. 앞줄이 에이스 최은경을 비롯한 여자대표선수들이다. [연합]

세계 최강인 한국 여자쇼트트랙 대표선수들이 코치진의 상습 구타에 항의, 훈련을 거부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최은경(한체대).여수연(중앙대).변천사.허희빈(이상 신목고).강윤미(과천고).진선유(경북여고) 등 대표선수들은 "코칭스태프로부터 비인간적인 대우를 받았다"며 지난 3일 저녁 훈련이 끝난 뒤 태릉선수촌을 이탈했다. 이들은 다음날 오후 빙상연맹 임원진의 설득을 받고 선수촌에 복귀했지만 "현재의 코치들과는 운동을 계속할 수 없다"며 훈련을 중단한 상태다.

이들 중 일부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코칭 스태프의 반복되는 구타와 언어 폭력, 사생활에 대한 철저한 감시와 통제를 견디기 어려웠다"며 "하루도 매를 맞지 않고 운동한 날이 없다. 손으로 머리를 맞는 것은 다반사였고 심지어 아이스하키 채와 스케이트날 커버, 신발 등으로 온몸을 두들겨 맞았다"고 주장했다. 한 선수는 "지난 10월 7일 아침 훈련 때 최은경 선수가 최선을 다해 달렸는데도 코치가 시간이 늦었다며 스케이트날 커버로 엉덩이를 마구 때리더니 엎드려뻗쳐를 시켰고 쓰러지는 선수의 목덜미를 잡고 계속 때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선수들은 또 휴식 시간에도 선수촌 숙소에서 사적인 휴대전화 통화나 인터넷 채팅, 남자 선수들과의 대화 등이 철저하게 통제됐다고 주장했다.

한편 빙상연맹은 10일 올림픽파크텔 3층 회의실에서 다섯 시간여에 걸친 마라톤 회장단 회의를 끝낸 후 브리핑을 하고 "회장단이 일괄 사퇴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또 '특별조사위원회'를 구성, 이날 밤부터 해당 코치와 선수들을 대상으로 면담에 들어갔으며 지난 8일 사의를 표명한 전명규(한체대 교수) 쇼트트랙 강화위원장 등 강화위원 6명의 사표를 수리했다.

아울러 쇼트트랙 코치와 선수에 대해서는 이날 밤 조사가 끝나는 대로 태릉선수촌에서 즉시 퇴촌시키고 추후 강화위원회를 열어 코치진과 대표선수를 선발키로 했다.

빙상연맹은 또 이번 사태로 여자대표팀이 월드컵 3차 대회(26~28일, 미국 매디슨)와 4차 대회(12월 3~5일, 캐나다 샤그네이)에 출전하기가 어렵다고 보고 대회출전을 정지시켰다. 이치상 부회장은 "회장이 사태 수습에 전권을 행사하게 될 것이다. 특별조사위원회의 조사 결과를 토대로 수습책이 나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허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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