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시베리아 철도 우리만 무관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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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김정일(金正日)북한 국방위원장의 시베리아 횡단철도를 이용한 러시아 방문과 때맞춰 모스크바에서는 28일 시베리아 횡단철도 건설 1백주년 관련 국제회의가 열렸다.

전세계 주요국가 철도관계자 및 관련부서 장.차관들이 참가한 이번 회의의 주된 관심은 한반도 철도(TKR)와 시베리아 횡단철도(TSR)의 연결과 관련된 것들이다.

특히 金위원장이 직접 TKR와 TSR의 연계를 시현(示顯)해 보임으로써 이 문제가 이번 회의의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경호와 안전에 대한 집착이 강한 폐쇄국가의 지도자가 직접 TKR와 TSR를 이어 달리는 것은 시베리아 철도의 안정성과 효율성, 그리고 러시아측의 노선관리 능력을 동시에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크렘린에서 열렸던 시베리아 철도 관련 세미나에서는 金위원장의 여행으로 TKR와 TSR의 연계사업에 대한 국제적 관심이 더욱 고조될 것이라는 의견이 많이 나왔다. 코메르산트 데일리지의 안드레이 이바노프 기자는 "金위원장의 이번 철도여행은 TSR의 가능성을 현장에서 직접 확인하려는 목적도 포함된 것 같다" 고 말했다.

현재 북한은 TKR와 TSR의 연결문제를 두개로 나눠 북쪽 TKR와 TSR의 연결협정은 북.러 간에, 남북철도 문제는 남북간의 협정을 통해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TKR 연결이 정치적 문제로 지연될 경우 나진 등을 이용해 물동량을 확보한 후 TKR와 TSR를 우선적으로 연결해 주도권을 잡겠다는 의도인 것이다.

때문에 한국측의 의지와 입장을 묻는 질문이 많았지만 우리측은 원칙적인 입장만 표명했을 뿐 이에 관한 특별한 의견을 내놓지 못했다. 반면 지금까지 소극적이던 일본은 경제적 효과 및 투자 가능성에 대한 발표를 주도했다.

또 지금까지 이 문제에 대해 특별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던 미국도 러시아측의 의지와 관련국들의 의견을 파악하는 데 매우 분주한 모습을 보였고 폴란드.체코.몽골 등도 적극적 관심을 표명했다. TKR와 TSR 연결문제가 이제 주변국가 모두가 관심을 갖는 국제적 이슈로 등장하고 있음을 실감케하는 회의 분위기였다.

한 러시아 철도 관계자는 "한국의 주무 부서 인사 중 TSR 노선을 처음부터 끝까지 타보면서 이 문제를 조사해 본 사람이 과연 한명이라도 있었는지 의심스럽다" 며 한국측의 무관심을 지적했다.

남북한과 러시아를 잇는 철도 연계는 한국이 주도할 문제라는 것이 국제사회의 인식인 것이다. 동북아 물류에 핵심적 역할을 할 TSR와 TKR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듯하다.

김석환 <순회특파원 국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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