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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젊은이들 '나눔의 집'서 봉사활동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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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마찌게 뜨시시오(맛있게 드십시오). "

지난 20일 저녁 일본 종군위안부 할머니들의 쉼터인 경기도 광주의 '나눔의 집' . 할머니들과 함께 식탁에 둘러앉은 다섯명의 외국 젊은이들이 서투른 우리말로 인사를 건넸다.

이날 저녁은 일본인 조주 고토(22.미국 유학생)가 직접 요리한 일본 전통음식 '니모노' . 어릴 때 배운 요리법대로 쇠고기와 야채를 함께 넣고 하루 종일 끓여 만든 음식이다. 이들은 유네스코(UNESCO) 한국위원회가 개최한 '제36회 국제청년야영' 에 참가한 젊은이들이다.

세계 23개국에서 1백 50여명의 각국 청년들이 참가한 행사에서 이들은 '인권팀' 으로 지난 17일부터 21일까지 4박5일간 나눔의 집에서 위안부 할머니들과 생활을 함께 했다.

모두 여덟명인 인권팀은 한국 대학생 세명을 포함해 미국.일본.대만.이집트.사우디아라비아에서 각각 한 사람씩 참가했다.

21살부터 31살까지 나이 차도 많고 경찰.사업가.대학생 등 직업도 다양했지만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관심 때문에 이곳에 모인 것.

이들은 '나눔의 집' 에서 일손 부족으로 수년간 치우지 못했던 쓰레기 소각장 청소에서부터 할머니들 텃밭 옆에 우물 파기까지 4박5일 동안 하루에 꼬박 6시간씩 땀을 흘렸다.

일이 끝나면 저녁마다 돌아가며 각 나라의 전통음식을 만들어 할머니들을 대접했다.

처음에는 "웬 외국인들까지 왔느냐" 며 낯설어 하시던 할머니들도 손짓 발짓으로 대화를 나누면서 친해져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

이들이 '나눔의 집' 역사관에 재현해 놓은 '일본군 위안소' 에서 신문지를 덮고 자며 '위안부 체험' 을 한 다음날 배춘희(78)할머니는 일본군이 당시 한국 여성들을 어떻게 유린했는 지를 설명했다.

이들은 지난 25일엔 할머니들과 함께 매주 서울 중학동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리는 '수요집회' 에 참석해 "일본정부의 공식사과와 재발방지 약속" 을 촉구하기도 했다.

특히 이번 캠프에서는 "교과서에서는 찾을 수 없는 역사적 진실을 알고 싶어 캠프에 참가했다" 는 일본인 조주 고토가 눈길을 끌었다.

그는 "할머니들을 처음으로 만났을 때는 일본인이라는 이유로 공연히 위축됐지만 이제는 모두 친할머니들처럼 느껴진다" 며 "이번 경험을 바탕으로 대학에서 저널리즘을 전공한 뒤 위안부 할머니들에 대한 글을 쓰겠다" 고 포부를 밝혔다.

팀장인 박주연(21.여.성균관대 교육학과3년)씨는 "종군위안부 문제에 대해 전혀 지식이 없던 외국 친구들도 할머니들의 얘기를 듣고 과거 일본의 만행에 분개했다" 며 "다른 나라의 젊은이들과 함께 전쟁과 인권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고 말했다.

이들은 지난 21일 '나눔의 집' 을 떠나 경기도 이천 유네스코 청년원에서 단체야영을 하다 28일 서울 중구 명동에 있는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회관에서 폐회식을 마쳤으며 각자 자기 나라로 돌아간다.

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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