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축구대표팀 테스트만 할 것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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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새 축구대표팀 명단이 발표됐다. 지난해 12월 거스 히딩크 감독을 영입한 이후 네번째 개편이다. 말붙이기 좋아하는 언론의 특성상 '4기 히딩크 사단' 이라고 불린다. 그런데 이번 대표팀 성격도 다분히 '실험용' 이다. 지금까지 한번도 태극마크를 달지 않았던 선수가 세명이나 되고 오랫동안 대표팀을 떠나 있던 선수도 세명이다.

이용수 기술위원장의 말에 따르면 히딩크 감독은 내년 2월까지 계속 선수들을 테스트한 다음 고정 멤버를 확정할 계획이라고 한다.

선수 선발이나 기용 모두 감독과 기술위원회 소관이다. 나름대로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테스트 기간이 너무 길다는 것을 지적하고 싶다. 언론이 앞서간 부분도 없지 않지만 당초 예상은 5월까지는 월드컵 출전선수들을 확정, 1년 동안 조직력을 키우는 것이었다.

계획대로라면 고정 멤버들이 월드컵 때까지 손발을 맞추는 기간은 불과 4개월도 되지 않는다. 개최국으로서 본선 16강의 목표를 달성하려면 최소한 1년은 같은 선수끼리 호흡을 맞춰야 한다는 게 '5월 확정' 의 근거였다.

그것은 한국 선수층이 얇다는 사실에 기인한다. '그 나물에 그 밥' 인 상태에서 선수만 자꾸 바꿔봐야 실속이 없다는 것이다. 히딩크 감독은 상대에 따라 유연한 작전을 쓰기 위해 '최소한 두가지 포지션은 소화할 수 있는 선수' 를 요구했다.

이 역시 실정에 맞지 않다. 원래 자기 포지션에서도 16강 수준에 올라와 있지 못한 선수에게 이것 저것 요구하면 효율은 더 떨어지게 마련이다.

반복훈련을 통해 한가지라도 확실하게 소화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대표팀의 숙제다. 이 시점에서 히딩크 감독의 영입 목적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내년 월드컵에서의 좋은 성적인가, 아니면 선진 축구를 가능한 한 많은 선수들이 배우도록 하는 것인가.

손장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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