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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이어 e-북, 모바일 광고 … 물고 물리는 애플·구글·MS ‘삼국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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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12일(현지지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의 기자회견장에서 마이크로소프트(MS)의 데릭 스나이더 마케팅 디렉터가 이 회사의 스마트폰 ‘킨’을 소개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로이터=연합뉴스]

애플의 스마트폰 ‘아이폰’으로 촉발된 애플·구글·마이크로소프트(MS) ‘빅3’의 글로벌 정보기술(IT) 전쟁이 모바일 광고·태블릿 PC(e-북) 등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애플이 태블릿 PC·모바일 광고 사업을 발표하자 MS가 스마트폰, 구글이 태블릿 PC를 개발하겠다고 맞받아치면서 ‘IT 삼국지’ 양상이 전면전으로 치닫고 있다.

뉴욕 타임스(NYT) 보도에 따르면 구글은 태블릿 PC ‘e-리더기’를 공급할 계획이다. 애플이 이달 초 판매에 나서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아이패드’를 겨냥했다. 에릭 슈밋 회장의 발언에서 구글의 속내를 엿볼 수 있다. 그는 11일 미국 뉴스편집인협회 연례회의에 참석해 “현대 민주주의에는 신문이 꼭 필요하다”며 이례적으로 기성 언론계를 치켜세웠다. 구글은 온라인 콘텐트 유료화 문제로 신문 등 기존 언론사와 관계가 껄끄러웠다. 그는 “신문이 온라인에서 수익을 낼 방법을 찾을 수 있다. 구글이 수익 창출을 촉진하는 데 일익을 맡겠다”고 약속했다. 구글이 e-리더기로 유료 콘텐트를 유통시키는 환경을 지원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태블릿 PC 사업의 성패는 얼마나 좋은 콘텐트를 확보하느냐에 달려, 구글 입장에서도 기존 미디어와의 원만한 관계가 시급하다. NYT에 따르면 구글은 e-리더기로 구독할 도서·잡지 등을 확보하려고 일부 출판업체들과 은밀히 협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구글의 움직임은 모바일 시장을 놓고 사실상 애플에 전면전을 선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한때 둘도 없는 친구 사이였던 스티브 잡스 애플 최고경영자(CEO)와 슈밋 구글 CEO는, 구글 ‘안드로이드폰’으로 불편한 관계가 된 데 이어 태블릿 PC로 2차 격돌에 돌입한 것이다.

애플의 반격도 만만치 않다. 대만의 안드로이드폰 제조사인 HTC를 특허 침해로 제소했고, 구글의 아성인 모바일 광고시장에서 ‘아이애드’란 서비스를 발표했다. 잡스 CEO는 “사람들이 하루 30분가량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하는데 3분마다 광고를 보면 하루 10개를 보는 셈이다. 현재 8500만 대 정도인 애플 단말기가 1억 대가 되면 하루 10억 개의 광고를 실을 수 있다”고 기대했다.

애플은 또 차세대 스마트폰 운영체제(OS)인 ‘아이폰 4.0’을 발표해 구글·MS를 따돌리고 OS 시장 주도권을 계속 쥐겠다는 생각이다. 애플은 아이폰 4.0에 기존 약점이었던 멀티 태스킹(작업) 기능과 애플리케이션 폴더, e-메일 통합 등 첨단 서비스를 넣었다. 아이폰 4.0은 아이폰·아이패드 등 애플의 단말기를 넘나드는 모바일 분야의 대표적 OS라 어느 기기에서 책·영화 등 디지털 콘텐트를 구입해도 호환이 가능하다. 애플은 특히 아이폰 4.0에 게임센터 기능을 담아 MS의 전략사업인 온라인 비디오 게임시장까지 넘본다.

구글과 애플의 싸움에서 MS는 피해자 격이다. PC와 모바일 IT기기의 OS를 장악해온 MS는 두 회사의 움직임이 신경에 거슬린다. MS는 이에 대응해 스마트폰을 독자 개발, 12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공개했다. 소프트웨어 사업에 전념한다는 전략을 수정해 단말기 개발에 직접 뛰어든 것이다. 이번에 선보인 ‘킨 원(Kin One)’과 ‘킨 투(Two)’ 두 종류의 스마트폰은 MS의 소프트웨어 기술력에 멀티터치·와이파이·블루투스 등 첨단 하드웨어 기능을 담은 야심작이다. 다만, 다음 달 미국에서 버라이즌을 통해 출시될 킨 폰은 애플리케이션 다운로드 등 스마트폰의 일부 기능이 없다. 업계에선 MS가 스마트폰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킨 폰을 징검다리로 활용할 것으로 점친다. 킨에 MS의 차세대 모바일 OS인 ‘윈도폰7’을 탑재해 다양한 경험을 얻은 뒤 이를 보완한 전략 스마트폰을 내놓겠다는 것이다. 

이원호·김경진 기자

◆태블릿(tablet) PC=키보드 없이 모니터를 손가락·전자펜으로 터치하거나 글씨를 쓰면 이를 인식해 반응하는 휴대용 컴퓨터. 얇은 네모 판자처럼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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