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와티의 인도네시아] 中. "경제 회생" 자신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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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인도네시아 국민들 사이에 다시 자신감이 넘치고 있다.

24일 자카르타 대통령궁 부근에서 만난 여대생 에파(22)는 "메가와티의 취임으로 이제 다시 출발할 수 있게 됐다" 며 경제회복과 국가자존심 회복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메가와티의 집권은 침체된 인도네시아에 새로운 변화의 활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와히드 집권 21개월간 최악의 상황으로 추락한 인도네시아에는 다시 시작해보자는 열기가 고조되고 있다.

25일 자카르타 증권거래소는 이런 희망 속에 개장했다.

이달 초 430까지 떨어졌던 주가지수는 메가와티가 취임하던 23일 462로 올랐다.

루피아화의 가치도 빠르게 안정을 되찾고 있다. 한때 달러당 1만7백루피아까지 떨어졌던 루피아화 가치는 24일 달러당 9천8백50루피아로 마감됐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일본.호주 등 국제사회가 메가와티 지지를 속속 표명한 것도 외환시장 안정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권력핵심인 메가와티 주변에서도 변화는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메가와티 집무실에는 지식인들이 몰려들어 현지 언론들은 '인재와 효율의 오아시스' 가 탄생했다고 말하고 있다.

경제팀장을 맡은 밤방 케소워는 하버드대 출신의 경제관료로 그는 인도네시아 경제의 미래는 대외개방과 외국계 기업들의 불안감 해소에 달려 있다고 보고 이를 보장할 새 경제정책을 짜내느라 고민하고 있다.

메가와티가 와히드 시대와 분명하게 절연(絶緣)할 것인지는 조만간 단행될 각료 인선에서 확인될 것이다.

정권 교체 과정에 기여한 정파들간의 논공행상식 인사가 이뤄질 경우 전임 와히드 정권의 부패와 무능력이 재현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인도네시아 경제계와 국제통화기금(IMF) 등은 새 내각이 어떤 인물들로 채워질지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

현지 분석가들은 20개가 넘는 각료직 중 일부 자리는 이번 정권 교체에 가담한 의회 내 9개 정파의 사람들에게 넘겨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문제는 핵심요직인 정치.사회.안보 조정장관과 경제재정장관.행정개혁장관 등을 개혁성과 능력이 겸비된 인사들로 채울 수 있느냐며 여기에 메가와티 체제의 미래가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열풍으로 변한 분리주의를 어떻게 잠재우느냐도 메가와티의 당면과제다.

자바 출신인 메가와티가 민족주의적인 색채가 강해 아체.이리얀자야.말루쿠 등지의 분리주의 운동을 자극할 위험성도 있다.

하지만 이미 1999년의 동티모르 사태 이후 군대를 동원한 일방적인 진압이 국제사회의 인권유린 비판만 고조시켜 대외 신인도를 추락시킨다는 점을 메가와티가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이런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자카르타=진세근.장세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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