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틴틴경제학] 담합이란 무엇인가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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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백 제교(橋)사건' 이라고 혹시 들어보셨나요?

이는 1994년 백제교 가설 공사의 입찰에 참가한 건설회사들이 담합을 했다가 적발된 사건입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20년간의 주요사건 5개를 선정했을 때 세번째로 꼽았지요.

담합이란 경쟁을 부당하게 방해하는 공동행위를 말합니다. 한마디로 같이 짜고 가격을 올리거나 생산량을 조절해서 업자들만 이득을 보는 행위입니다.

예를 들어 우리 동네에 빵집이 두 곳 있다고 해보죠. 빵집이 한 곳뿐인 것보다 두 곳 이상 있는 게 주민들에겐 유리하지요.

서로 손님을 끌기 위해 맛 좋은 빵을 싸게 팔려고 할테니까요. 이런 게 바로 '경쟁' 이지요. 그래서 경쟁이 활발할수록 소비자는 더 이익입니다.

그런데 두 빵집 주인이 갑자기 "우리 편하게 살자" 며 똑같이 비싸게 팔면 어떻게 될까요. 주민 입장에선 빵집이 하나 있을 때(독점)와 차이가 없겠지요. 결국 경쟁이 있을 때 소비자들이 누릴 수 있는 이익을 두 빵집 주인이 가져가버리는 셈입니다.

백제교 사건도 마찬가지입니다.

국내 굴지의 16개 건설회사가 번갈아 공사를 맡기로 담합 한 뒤 백제교 가설공사 입찰에서 높은 가격으로 공사금액을 써내 삼부토건이 공사를 딸 수 있도록 도와줬지요.

공정위는 그해 12월 이런 행위가 부당한 공동행위라며 검찰에 고발하는 등 강력한 조치를 취했답니다. 해당기업들은 공정위의 지시로 잘못한 사실을 신문광고를 통해 사과하기도 했죠.

공정거래법이 만들어진 80년 이후 담합사건 1호는 '전국 메리야쓰 상우회' 가 저지른 공동행위였습니다. 업자들끼리 공장도 가격 이하로는 속옷을 팔지 말자고 협정을 맺었다가 81년 9월 당국에서 시정권고를 받았지요.

공정위가 담합이라고 판정하기 위해서는 경쟁 방해와 공모(共謀) 사실을 입증해야 합니다. 손인옥 공정위 공동행위과장은 "경쟁을 저해하는 것을 증명하기가 쉽지만 공모 여부는 입증하기가 매우 어렵다" 고 말합니다.

이런 점을 감안해 지난 86년 법을 개정해 공모 여부를 당국이 추정할 수 있도록 했지요. 업자들간의 합의서 등 명시적인 증거가 없더라도 정황상 담합을 공모했다고 추정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예컨대 비슷한 시기에 업자들이 가격을 올렸는데 알고 보니 그 이전에 동업자들이 모여 회의를 한 사실이 있다면, 회의 내용은 잘 모르더라도 답합을 공모했다고 추정할 수 있다는 거지요.

물론 무리하게 공정위가 추정을 했다가 법원에서 패소하는 경우도 가끔 있답니다.

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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