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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운의 핵잠수함 쿠르스크호 인양 임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1백18명의 영혼이 잠들어 있는 비운의 러시아 핵잠수함 쿠르스크호가 뭍으로 올라올 채비를 하고 있다.

러시아 잠수부 두명과 영국 잠수부 한명은 23일(현지시간) 1백m 깊이의 해저에 누워 있는 쿠르스크호의 외벽에 구멍을 뚫기 시작했다.

이들이 앞으로 뚫어야 하는 구멍은 모두 26개. 이 작업이 끝나면 러시아 해군은 구멍들에 케이블을 연결해 1만8천t의 오스카Ⅱ급 잠수함을 다시 세상에 드러낼 예정이다.

잠수부들은 이날 쿠르스크호가 침몰한 지 11개월 만에 처음으로 선체에 진입했다. 이들이 들어간 제1격실은 침몰의 직접원인이 된 어뢰 폭발이 발생한 곳. 잠수부들은 잠수 로봇을 먼저 들여보내 불발 어뢰가 없음을 확인했다.

러시아 북해함대사령관 뱌체슬라프 포포프 제독은 러시아 언론에 "핵 원자로.어뢰.미사일이 당장 폭발할 위험은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 고 밝혔다.

그는 아직은 방사능 유출 위험도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두달 뒤 잠수함이 인양돼도 선수(船首) 부위는 내년까지 바다 속에 머물게 된다. 10여발의 어뢰와 24발의 크루즈 미사일이 장착된 부분이라 별도의 안전장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잠수함이 인양되면 러시아의 자존심이 한순간에 바렌츠해 심해로 빠진 원인이 밝혀질 수 있다. 러시아는 지금까지 미국 또는 영국의 잠수함과의 충돌로 어뢰가 폭발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나 영국과 미국은 어뢰 발사장치의 결함으로 사고가 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 지난해 8월 12일 잠수함이 침몰했을 때 승무원들이 방사능 유출에 대비해 스스로 전원을 끊어 원자로 폭발의 위험을 피하는 희생정신을 발휘했을 것이라는 추측의 사실 여부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작업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지시로 시작됐다. 그는 승무원의 시신을 모두 수습하고 핵 원자로를 안전하게 처리하겠다고 공언해 왔다.

이상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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