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감전사 조사 '면피용' 의혹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지난 15일 폭우 때 감전사한 것으로 알려진 12명에 대한 사인 규명에 나선 서울시가 누전차단기 등 기본적인 물증 조사 없이 익사 등으로 잠정 결론을 내려 논란이 일고 있다.

더욱이 일부 지역에서는 조사 참여자가 '감전 가능성' 의견을 밝혔으나 이를 무시했다는 주장도 나와 재조사가 불가피하게 됐다.

서울시는 지난 22일 사망자 12명 중 6명은 익사.교통사고 등이 원인이고 6명만 감전사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감전사로 추정한 6명도 2명은 입간판에 의한 것이고 나머지는 주변 전기시설 누전에 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가운데 18~21일 활동한 조사1팀은 ▶서초구 서초동(3명 사망)▶동작구 노량진동(2명 사망)▶용산구 원효로(2명 사망) 등 세곳을 조사한 결과 원효로는 입간판에 의한 감전사고며 나머지 두곳은 익사나 교통사고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조사에 참여한 H대 C교수는 23일 "현장에 나갔을 때 조사대상 세곳 모두 누전차단기 등 전기설비를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서 수거해가 구경도 못했다" 고 말했다. 그는 또 "경찰에서 작성한 수사조서도 열람하지 않았고 사실 관계 확인보다는 향후 대책마련에 조사의 초점을 맞췄다" 고 공개했다.

특히 서초동 사고에 대해 조사위원 대부분이 "감전돼 순간적으로 정신을 잃은 뒤 익사할 수 있다" 는 의견을 냈으나 서울시가 22일 기자들에게 배포한 '특별점검반 합동회의 결과' 에는 '현장 여건상 감전사 추정은 무리' 라고 사인이 둔갑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천구 가산동 두곳과 관악구 신림8동을 담당했던 조사2팀의 경우는 전기시설이 그대로 있어 누전여부를 측정했으나 사고 당시 상황은 목격자가 아닌 주민들로부터 정황만 전해듣는 데 그쳤다. 2팀 소속 M대 K교수는 "이번 조사는 기술적인 조사일 뿐" 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15일 폭우 상황과 조사 시점의 여건이 다르기 때문에 현장조사 때 누전 여부를 측정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으며 최종 사인은 경찰이 가릴 것" 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서울시는 주변 전기시설에 의한 감전사로 추정된 금천구 가산동과 관악구 신림8동 등 두곳에 대해 24일 정밀조사를 실시한 뒤 30일께 최종 조사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김영훈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