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괴위험 주택서 수재민 불안한 생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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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또다시 장대비가 내린 23일 오전 서울 관악구 신림6동 시장 내 한 식당.

지난 폭우 때 떠내려온 차량이 건물을 덮쳐 크게 기울어지고 곳곳에 금이 간 한쪽 기둥을 벽돌로 받쳐 놓았으나 한 눈에도 위태로워보였다.

주인 부부는 겨우 거주가 가능한 방 한칸에 살며 식당을 계속 열고 있었다. 주인 金모(66)씨는 "불안해 어젯밤에는 한숨도 못 잤다" 며 "옮겨갈 곳도 마땅치 않고 장사도 그만둘 수 없어 그냥 버티고 있다" 고 말했다.

신림10동의 姜모(74)씨도 같은 경우. 차량이 집 벽을 덮쳐 화장실 등이 부서졌지만 긴급 복구만 해놓은 상태로 거주하고 있다.

관악구에서 지난 15일 새벽 폭우로 완전히 붕괴되거나 일부 파손된 가옥은 모두 1백26채. 하지만 현재 관악구 내 7개 대피소에 수용돼 있는 가구는 43세대 1백59명에 불과하다.

일부는 친척집 등으로 옮겨가기도 했지만 상당수 주민은 부서진 가옥에서 불안한 생활을 계속하고 있어 대책이 시급한 실정이다.

20~30년 된 낡은 건물들인데다 또 한번 큰 비라도 내리면 붕괴 위험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피해 주민들이 불안한 생활을 하는 이유는 대피소 생활이 불편한데다 자치단체의 복구 지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신림10동 姜씨는 "홀로 사는 노인들이 많은 가난한 마을이어서 수리비가 안 나오면 그냥 살 수밖에 없다" 고 말했다. 그러나 구청측은 "파손 가옥 수리비는 먼저 자력복구한 뒤 구청에 청구해야 지급된다" 는 입장이다.

동사무소 관계자는 "순찰을 돌며 붕괴 위험 건물의 거주자들을 동사무소 등 대피소로 옮기라고 독려하지만 아무래도 불편한지 밤에 와서 잠만 자는 사람이 대부분" 이라고 말했다.

지난 폭우 때 침수피해를 본 중화동.휘경동 일대 주민들도 구청 등에서 제공한 이재민 수용소를 거의 이용하지 않기는 마찬가지였다.

중화2동 주민은 구호시설을 이용하지 않고 또다시 침수될 경우에 대비하겠다며 집을 지키고 있어 동사무소가 저지대에 위치한 40여 세대에는 아예 양수기를 지급했다.

조민근.손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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