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히드 왜 몰락했나] "애당초 잘못된 선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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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처음부터 잘못된 선택이었나' .

역사엔 가정이 없다지만 결과만을 놓고 봤을 때 와히드의 대통령 취임 자체가 잘못 끼워진 첫번째 단추였다. 단추를 잘못 여민 장본인은 과거 수하르토 정권 시절 여당이었던 골카르당이다.

골카르당은 수하르토 몰락 이후 과도정권을 이끌었던 바하루딘 하비비 대통령마저 맥없이 물러나자 마땅한 대통령 후보를 찾지 못했다.

1999년 6월 총선으로 의회(DPR)내 제1당으로 부상한 당시 야당 민주투쟁당 메가와티 수카르노푸트리 당수가 대통령이 되는 게 자연스런 수순이었지만 골카르당은 제4당에 불과한 소수파 국민각성당을 이끌던 종교지도자 와히드를 지지해 그를 대통령으로 만들었다.

인도네시아에서 정.부통령 선출 권한은 국가 최고 의결기구인 국민협의회(MPR)에 있다.

MPR(총 대의원 7백명)가 총선을 통해 선출하는 DPR의원 5백명(군부 38명 포함)을 근간으로 이뤄진 점을 감안했을 때 당시 분석가들은 당연히 제1당 당수가 대통령에 오를 것으로 예측했지만 정작 그해 10월 MPR 총회에서는 골카르당의 일방적인 와히드 지지로, 와히드(3백73표)가 60표차로 메가와티(3백13표)를 제치고 대통령에 선출됐다.

올해 2월 본격화된 탄핵정국 속에서도 골카르당의 모호한 입장 때문에 와히드의 명줄을 연장했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1.2차에 걸친 해명요구안 발부와 탄핵결정을 위한 MPR특별총회 일정이 잡힌 와중에도 골카르당은 끝까지 와히드와 메가와티의 권력분점안을 양측에 제시하며 줄다리기를 계속해왔다.

악바르 탄중 골카르당 당수는 "인도네시아의 정치적 위기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노력" 이라고 줄곧 말하고 있지만 정작 대통령 승계권자인 메가와티가 권력분점안 수용불가 의사를 수차례 천명한 이후에도 와히드측과 물밑협상을 벌여 와히드를 잘못된 판단으로 이끌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려운 실정이다.

결국 권력유지 속셈으로 메가와티와 와히드 사이에서 위험한 정치적 줄타기를 한 셈이다.

장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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